[팔레스타인전] '주장' 손흥민의 부탁 "감독 선임 바꿀 수 없어...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윤효용 기자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남자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팬들에게 야유보다는 지지와 응원을 부탁했다.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 한국이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전에 저조한 경기력을 펼쳤다. 후반전에는 이강인과 손흥민이 득점 기회를 연달아 놓치면서 아쉽게 무위에 그쳤다. 후반 막판에는 조현우의 일대일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이기지 못할 때는 누구보다 아쉽고 누구보다 괴로운 밤이 될 것 같다. 선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정말 찬스도 많이 만들고, 안 좋은 부분만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최종 예선이라는 게 상대 팀도 원정 경기이고, 한국을 상대하는 팀이라면 오히려 더 촘촘하게 서서 골을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저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는 것 같다. 당연히 괴롭지만 절대 실망감을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제 한 경기 치렀고, 저희한테는 9경기 동안 매 경기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 경기들을 준비 잘 해야할 것 같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붉은 악마는 경기 전부터 홍명보 감독에게 야유를 보냈고, "정몽규 나가!"를 외치며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걸개를 들었다. 야유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어졌다. 결국 김민재가 경기 후 팬들을 찾아가 야유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속상하다. 많은 팬들의 입장을 제가 대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팬분들이 원하시는 감독님들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선수들도 감독님이 결정된 와중에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한다면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려야 한다"라며 "저는 팀원들을 위해서도 그런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에 대한 선택이 좋다, 안 좋다 생각하실 수는 있지만 이미 결정된 과정이고, 저희가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다. 계속 믿고 가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어 "또 민재 같은 그런 케이스가 나오면 안 된다. 팬과 선수들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축구라는 하나로 뭉쳐서 이 경기장에 오셨고, 대한민국이 승리하기 원하는 자리로 응원하러 오셨다. 안 좋은 분위기보다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한테 조금씩 한 마디만 좋은 이야기들, 또 좋은 격려들 해 주시면 선수들이 그 원동력으로 힘들 때 한 발 더 뛸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홈에서 하는 경기 때만큼은 저희가 저희의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 팀을 무너뜨리는 데 어떻게 하면 큰 도움이 될까를 선수로서도 팬분들 입장에서도 곰곰이 한 번 생각해보시고,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오른쪽). 서형권 기자

전반전에 보였던 저조한 경기력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언급했다. 손흥민은 "감독님께서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고, 동료들,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뛰고 싶고, 또 경기 결과를 바꾸고 싶은 게 저희 마음이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제가 한국을 한 두 번 왔다갔다 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영광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장에서 뛸 수 있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홍 감독이 전달한 메시지를 묻자 "감독님께서도 쉽지 않으셨을 텐데 한 마디씩 꺼내시는 것 자체가 어려우실 것 같더라. 선수들한테 잘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 해 주셨다. 많은 격려를 해 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잔디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손흥민은 "오만 원정길에 나서게 되는데, 이제는 홈에서 하는 경기도 쉽지 않은 만큼, 원정 경기는 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원정 경기가 좋다라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늘 같은 경우는 컨트롤도 어렵고, 드리블 할 때도 어려운 상황들이 나왔다. 팬분들 눈에도 저희가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하는 것들이 아쉽다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홈에서 할 때만큼은 많이 개선 됐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개선이 됐으면 좋겠고 ,쉽지 않겠지만 저희가 해야할 것들과 규율적인 부분을 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