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현의 예술여행] [24] 카페에서 느끼는 파리의 예술 정신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지금은 패럴림픽으로 또 다른 스포츠의 열기를 전한다. 올해는 파리가 ‘스포츠 축제의 도시’로 자리매김했지만, 전통적으로 파리는 ‘예술의 도시’로 불린다.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주변의 미술관과 사람들의 패션, 거리 분위기에서 예술의 기운이 느껴진다. 곳곳이 우디 앨런 감독의 2011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분위기다.
여기에 미술사를 공부한 나 같은 사람에게 파리는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을 통해 역사 속의 수많은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많은 예술품 때문에 둘러보는 데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가끔 지친 다리를 쉬고자 파리의 카페를 찾는다. 파리의 카페는 단순히 휴식의 공간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서로 토론하고 새로운 예술 정신을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느 해 여름이 끝나가던 시기, 파리를 찾았다. 오르세 미술관을 둘러본 후 지친 다리를 끌고 생제르맹 거리로 향했다. 이곳에는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와 카페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가 붙어 있다. 19세기 말 문을 연 이 두 카페에 문학, 철학, 미술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드나들면서 토론하고 교류했다. 생제르맹 데 프레 성당 옆 ‘레 두 마고’에 자리를 잡았다. 전통에 대한 고집일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실내보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나 또한 그들 틈에 자리를 잡았다.
잠깐 실내를 둘러보니 개점 당시의 중국인 조각상과 과거 이곳을 찾은 예술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1936년 이곳에서 만나 연인이 된 피카소와 도나 마르의 사진이 재미있다. 시간이 멈춘 듯 사진 속 카페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이곳은 피카소가 브라크를 자주 만나 입체파라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하다. 야외 의자는 마주 보는 자리가 아니라 외부로 향해 있다. 도시의 풍경과 거리의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 같다. 왜 예술의 도시인지,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낀다.
다음 주면 올림픽은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파리는 예술의 도시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뜨거운 여름도 기억의 저편으로 지나간다. 가을이 코끝에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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