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1] ‘개혁가(改革家)’ 호칭 논란
민간의 자발적 참여 병력이라는 뜻의 의용군(義勇軍)이라고 내세웠지만, 6·25전쟁 때의 중공군은 정규 병력이었다. 그들을 독전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만든 구호가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자’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다.
그러나 뒤에 다른 구호가 하나 더 있다. ‘집을 지키고 나라를 보위하자’는 뜻의 보가위국(保家衛國)이다. 전쟁 당시에는 ‘보가위국’이라는 구호가 참전한 중공군에게는 현실적 호소력이 더 높았을 듯하다.
혈연적인 유대로 강하게 묶이는 사회구조의 중국인에게 ‘집’을 지키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미원조’보다는 ‘보가위국’이 일반 중공군의 전의(戰意)를 더 부추기는 구호였을 것이다.
실내 공간을 가리키는 면(宀)이라는 부수에 돼지를 뜻하는 시(豕)가 보태진 글자가 ‘집 가(家)’다. 바람과 비를 가리는 공간에 먹을거리인 돼지가 함께 있는 모습이다. 농경사회의 전통을 이어온 중국에서 이 집은 특별하다.
집에서 국가로 이어지는 ‘가국(家國) 관념’이 일찍 숙성했던 중국이다. 그 ‘가’로써 중국인은 제 사회적 정체성을 내세운다. 집안을 이뤄 생계를 이어간다는 뜻의 성어 성가입업(成家立業)은 중국에서 아예 ‘사람 구실’ 여부를 가리는 말이다.
‘일가(一家)를 이루다’는 말처럼 어느 한 분야에서의 성취나 업적을 말할 때도 이 글자는 잘 쓰인다. 예술가(藝術家), 작가(作家), 화가(畫家), 대가(大家), 전문가(專門家), 자선가(慈善家), 미식가(美食家) 등은 요즘에도 잘 쓰는 말이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탁월한 개혁가(改革家)’로 칭송했던 관영 언론 기사가 게재 뒤 바로 내려졌다.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鄧小平)과 ‘겸상’하려다 미끄러진 형국이다. 그의 리더십이 이제 적잖은 반발에 직면한 모양이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맥킨지 엄수형·구원모 신임 파트너 승진 임명
- 유튜브 보며 운전하다 ‘쾅’…일가족 2명 숨지게 한 20대 공무원 ‘금고 10개월’
- 北, 남북 접경지 주민 북중 국경으로 이주 지시...“대북전단 영향”
- 제주 100㎜ 넘는 폭우…11월 하루 강수량 ‘역대 최고’
- 옮기던 시신이 알고보니 어머니... 팔레스타인 구급대원 오열
- “억까짤 퍼다 샬라샬라” 마약루머 비꼰 지드래곤 신곡 가사
- ‘축구 전설’ 드로그바가 밝힌 손흥민의 유일한 문제점
- 경북도민 10명 중 6명 이상 “부모, 노후 스스로 책임져야”
- “엄마는 위대한 일 했단다”… 두 아들 둔 30대, 6명 살리고 떠나
- 기아 한국시리즈 12번째 우승 기념...기아 세일 페스타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