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1] ‘개혁가(改革家)’ 호칭 논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2024. 9. 5. 23: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김성규

민간의 자발적 참여 병력이라는 뜻의 의용군(義勇軍)이라고 내세웠지만, 6·25전쟁 때의 중공군은 정규 병력이었다. 그들을 독전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만든 구호가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자’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다.

그러나 뒤에 다른 구호가 하나 더 있다. ‘집을 지키고 나라를 보위하자’는 뜻의 보가위국(保家衛國)이다. 전쟁 당시에는 ‘보가위국’이라는 구호가 참전한 중공군에게는 현실적 호소력이 더 높았을 듯하다.

혈연적인 유대로 강하게 묶이는 사회구조의 중국인에게 ‘집’을 지키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미원조’보다는 ‘보가위국’이 일반 중공군의 전의(戰意)를 더 부추기는 구호였을 것이다.

실내 공간을 가리키는 면(宀)이라는 부수에 돼지를 뜻하는 시(豕)가 보태진 글자가 ‘집 가(家)’다. 바람과 비를 가리는 공간에 먹을거리인 돼지가 함께 있는 모습이다. 농경사회의 전통을 이어온 중국에서 이 집은 특별하다.

집에서 국가로 이어지는 ‘가국(家國) 관념’이 일찍 숙성했던 중국이다. 그 ‘가’로써 중국인은 제 사회적 정체성을 내세운다. 집안을 이뤄 생계를 이어간다는 뜻의 성어 성가입업(成家立業)은 중국에서 아예 ‘사람 구실’ 여부를 가리는 말이다.

‘일가(一家)를 이루다’는 말처럼 어느 한 분야에서의 성취나 업적을 말할 때도 이 글자는 잘 쓰인다. 예술가(藝術家), 작가(作家), 화가(畫家), 대가(大家), 전문가(專門家), 자선가(慈善家), 미식가(美食家) 등은 요즘에도 잘 쓰는 말이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탁월한 개혁가(改革家)’로 칭송했던 관영 언론 기사가 게재 뒤 바로 내려졌다.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鄧小平)과 ‘겸상’하려다 미끄러진 형국이다. 그의 리더십이 이제 적잖은 반발에 직면한 모양이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