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런닝맨, 나 혼자 산다...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예능
그린피스, 예능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실태 발표
과반수 예능, 노출된 음료 용기 80% 이상 '일회용 플라스틱'
'플라스틱 컵-유리 컵' 용기 활용 맥락 유사 "대체 가능해"
"미디어, 플라스틱 노출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 확산해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상파 방송3사 예능 프로그램의 과반수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를 과도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디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자주 등장시켜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그린피스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윤호영 교수 연구팀은 국내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TV도 용기내-AI로 살펴본 예능 프로그램 내 일회용 플라스틱 실태'를 발표했다. 연구 대상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방송 3사의 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되는 예능 프로그램 21개, 총 562회차 영상이다.
이들은 본 연구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방송에 등장하는 대표적 음료 용기를 학습해 그 노출 유형과 비율을 분석했다. 또한, 노출 빈도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히트맵(Heat map) 분석을 통해 화면 내 음료 용기가 어느 위치에 자주 등장하는 지 분석했다.
과반수 예능에서 노출된 음료 용기 80% 이상 '일회용 플라스틱'
분석 결과, 19개의 예능 프로그램 중 10개의 프로그램에서 노출된 음료 용기 80% 이상이 일회용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음료 용기가 사용된 상황은 △예능 콘텐츠에서 미션 수행 등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가 노출되는 경우 △특정 브랜드 노출을 위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이 있는 경우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관련 방침이 없는 경우로 분류됐다.
KBS2 '1박2일' 등은 미션 수행 등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가 노출되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 유형의 프로그램은 전체 방송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가 노출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나, 출연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다수 사용돼 단일 화면 이미지에서 노출되는 플라스틱 개수가 많았다. 특히 음료를 활용하는 미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페트병이 다수 발견됐는데, 미션 관련 식사 자리에서도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자주 등장했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KBS2 '불후의 명곡' 등 패널이 출연하는 토크쇼에서는 광고 등의 목적을 위해 특정 브랜드가 장시간 노출되는 특징이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가 소품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음료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주요 포장재로 사용하고 있어 방송화면에서 지나치게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이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진행에 필수적 요소가 아님에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노출되는 경우는 토크쇼, 관찰형 예능 등 다양한 방송에서 발견됐다. 보고서는 이를 촬영 및 편집상 과정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 관련 방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식사나 이야기나 진행되는 테이블 위에 일회용품이 정리되지 않고 방송 내내 노출되는 장면, 정리되지 않은 일회용 음료 용기 및 플라스틱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장면, 차량의 컵 받침대에 페트병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꽂혀 있는 장면 등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판단되는 긍정적 사례도 있었다.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출연자가 자연인과 함께 자급자족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무인도에서 식사하는 장면 및 음료를 섭취하는 장면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물품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캠핑용 스테인리스 컵 외에 일회용 음료 용기나 기타 일회용품의 노출이 미미했다.
SBS '좋은아침' 등 뉴스와 생활정보를 주로 담고 있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은 음료 용기 자체가 매우 적게 노출됐고, 무대 중심의 음악 공연 프로그램도 자체 특성상 음료 용기 노출이 제한됐다.
'플라스틱 컵-유리 컵' 용기 활용 맥락 유사 “대체 가능해”
화면 내 일회용 플라스틱이 노출된 위치를 분석한 결과, 페트병의 위치는 특정 구도에 한정되지 않고 화면 여기저기 광범위하게 흩어져 나타났다. 이는 방송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페트병을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라스틱 컵과 유리컵, 종이컵과 세라믹 컵의 노출 위치 분포는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용기를 활용하는 맥락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일회용기를 충분히 다회용기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식사 장면이나 식후 대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플라스틱 음료 용기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대화 관련 장면에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유리나 세라믹 용기 등으로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하지 않는 미션 수행 게임이 가능하다”며 “화면 전체를 크게 잡아 화면 모서리 구석 부분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굳이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미디어 속 일회용 플라스틱 노출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내외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미국의 플라스틱오염연대(Plastic Pollution Coalition)가 추진 중인 '플라스틱 대본 뒤집기(Flip the Script on Plastics)' 이니셔티브는 미국 드라마 속에서 일회용기를 퇴출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방송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노출되는 것을 제한하고 다회용기를 자주 등장시킨다면 시청자로 하여금 재사용 문화에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 결과로 미디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미디어 업계는 대중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고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업과 정부 역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과 시스템을 도입해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린피스는 2020년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통해 일회용 문제와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자는 '용기내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용기내'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내라는 뜻과, 이를 실천할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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