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진우]北 MZ들도 냉소적으로 보는 김정은의 뻔한 ‘수해대응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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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 7월 중순, 북한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하루 400mm 훌쩍 넘게 쏟아진 그 양도 양이지만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내리기 시작한 폭우에 북한 당국은 우왕좌왕 제대로 대처를 못 했다.
당시 우리 당국자는 "아무래도 식량난, 경제난으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수해 사실만큼은 북한 주민들에게 감추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다만 김정은은 그대로인데 이를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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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엄청난 비가 쏟아진 7월 중순, 북한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하루 400mm 훌쩍 넘게 쏟아진 그 양도 양이지만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내리기 시작한 폭우에 북한 당국은 우왕좌왕 제대로 대처를 못 했다.
폭우는 이어졌고, 피해는 누적됐다. 당시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 내 주택·토지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잇따르고 있다고 봤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정작 북한 당국은 잠잠했다. 관영 매체들도 폭우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당시 우리 당국자는 “아무래도 식량난, 경제난으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수해 사실만큼은 북한 주민들에게 감추고 싶은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이후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에 수일 동안 600mm 안팎의 폭우가 집중되는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주민들에게 수해(水害)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내 문제’가 됐다. 북한 당국의 숨기기, 버티기도 오래가지 못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관심사는 ‘최고 존엄’ 김정은의 등판 시기에 모아졌다. 김정은이 등장하면 어떤 행보를 갖고 어떤 메시지를 낼까. 예상된 방향은 언제나 그랬듯 ‘투 트랙’이었다. 자신은 주민들 상처를 어루만지는 영웅으로 살리되, 일부 간부들은 희생양으로 만들어 죽일 것으로 전망됐다.
마침내 7월 말, 김정은이 등장했다. 북한 매체는 압록강 인근 지역을 찾아 주민 구조 작업을 지휘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수해 현장에서 김정은이 탄 대형 SUV의 네 바퀴가 물에 잠긴 모습까지 여과 없이 보여 줬다. 이후엔 한술 더 떴다. 김정은이 수해 현장을 살피는 사진을 하루에만 수십 장씩 공개했다. 김정은은 헬기에서, 전용 열차에서, 때론 “잔물결에도 금시 뒤집힐 듯 좌우로 위태롭게 흔들리는(관영매체 표현)” 구명보트까지 타 가면서 육해공을 넘나들며 북한 주민들을 구하러 달려갔다.
다른 한편으론 간부들에 대한 책임을 거칠게 따지기 시작했다. 우선 지역 물난리 책임을 물어 사회안전상(경찰청장)과 평북·자강도 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등부터 경질했다. 수해 사망자가 속출할수록 간부 질책의 수위도 올라갔다. 최근엔 일부 간부들을 처형한 정황까지 우리 당국에 포착됐다.
김정은은 항상 그랬다. 위기가 닥치면 자신은 우상화하면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단두대에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때도, 대규모 식량난 때도 그랬다.
다만 김정은은 그대로인데 이를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좀 달라졌다. 우리 당국자는 “김정은의 과장된 ‘쇼’를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주민이 늘었다”고 했다. 백두혈통의 상투적인 위기 수습 매뉴얼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냉소적으로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얘기다. 특히 이러한 기류는 장마당 등을 통해 북쪽 땅 너머의 세계를 잘 아는 북한 MZ세대들을 중심으로 도드라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차를 타고 수해 현장을 찾았다. 잠깐 수해 복구 근황 보도가 뜸했을 땐 그의 초호화 전용 요트가 원산 별장 앞바다에 떠 있었다. 이런 모순적인 장면을 숨기고 수해 복구 이벤트로 눈을 가리기엔 북한 주민들도 이젠 너무 많이 안다. 지금은 뒤에서만 수군거리는 그들이 모여서 앞에 나올 때 김정은 체제는 첫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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