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진성 “셔틀콕 때린 덕에 콘서트서 50곡 거뜬히 불러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2024. 9. 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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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진성 씨가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에서 셔틀콕을 받아 넘기고 있다. 20대부터 축구와 테니스 등을 즐기던 그는 50세 때 ‘부상이 적으면서 운동 효과가 좋다고 생각되는’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14년 넘게 즐기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고양=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헉 헉….’ “아, 오셨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고양배드민턴클럽.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던 가수 진성(본명 진성철·64)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온몸을 던져 네트 바로 앞에 떨어지는 헤어핀을 받아 올렸고, 날아오는 셔틀콕에 스매싱을 때렸다. 폼이 잘 잡혀 있지는 않았지만 오래 친 노련함이 느껴졌다.

‘안동역에서’ ‘보릿고개’ 등 트로트 가수로 유명한 진 씨는 학창 시절부터 축구, 배구 등 스포츠를 좋아했다. 전북 부안동초교에 다닐 땐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전북체중에 갈 수도 있었지만 집안 사정상 일찍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가수가 된 뒤에도 축구와 테니스 등을 즐겼다. 50세가 되면서 배드민턴에 빠져들었다.

“제가 20대 때부터 축구, 테니스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 자꾸 다치는 겁니다. 비슷한 운동인데 배드민턴은 테니스에 비해 비교적 쉬우면서도 운동 효과는 좋았죠. 그래서 배드민턴으로 갈아탔죠. 14년 전이니 딱 쉰 살 때였죠.”

2010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배드민턴을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고양배드민턴클럽이 있어 가입해 회원들과 어울려 쳤다. 직업상 지방에 가야 하는 일이 많아 매일 칠 수는 없었지만 주 3회 이상은 꼭 쳤다. 오후에 일정이 많아 오전 9시부터 2, 3시간 치고 있다. 배드민턴 치는 연예인들을 모아 ‘스타민턴’이란 동호회도 만들었다. 가수 홍서범 현숙,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 백승일, 탤런트 겸 가수 김성환 씨 등이 함께한다. 정기적인 모임은 아니고 1년에 2, 3회 부정기적으로 만나 배드민턴을 친다.

진 씨는 큰 병을 앓은 뒤 건강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2016년 림프종 혈액암에 걸렸고, 이어 심장판막증 진단까지 받았다. 항암 치료를 6차례 받았다.

“제가 혈액암 치료 중에 심장판막증까지 왔어요. 스텐트를 심어야 하는데 당시 항암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고 있어서 의사가 스텐트 수술을 하면 자칫 쇼크가 올 수 있다고 했죠. 그래서 스텐트 수술을 받는 시기를 놓쳤어요. 지금도 약을 먹고 있죠. 혈액암은 완치가 없어요. 평소에 잘 관리해야 합니다. 운동이 아주 좋습니다. 신진대사가 원활하려면 몸을 적당히 움직여야 합니다.”

진 씨는 어릴 때부터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대 때부터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했다.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 20대 들어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고, 결국 혈액암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전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으니까요. 게으르면 운동 못 해요. 전 지금도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배드민턴장으로 나갑니다. 운동하면 즐겁고 행복해요.”

진 씨가 고양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몸을 쓰기 위해서다. 약 4600㎡의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그는 그중 600㎡를 아내 용미숙 씨(62)와 함께 가꾸고 있다. 현재 채소 등 20여 가지를 키운다. 바쁠 땐 하루 2, 3시간은 일해야 한다. 그는 “농사일도 운동이 많이 된다. 게다가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까지 먹으니 일석이조”라고 했다.

그는 연예인 축구단에서도 활동했다. 2020년 별세한 코미디언 남보원 씨가 운영하던 남보원 축구단에서 뛰었다. 그는 “남보원 선배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내가 그 축구단을 운영하기로 했었는데 나도 몸이 좋지 않아 엄용수 선배님께서 맡았다”고 했다.

진 씨는 한 달에 2, 3차례 콘서트를 연다. 다른 가수들과 함께 하면 나눠서 부르기 때문에 다소 수월한데 혼자 하면 하루 50곡을 넘게 불러야 한다. 그는 “개인 콘서트를 열면 하루 2회, 각 25곡 이상을 부른다. 숨이 차고 힘들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잘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건강하니 가끔 (김)성환 형님 같은 분들을 만나 소주도 한잔 마실 수 있다”며 웃었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는다. 그는 “신체도 흐름에 맞게 움직여 줘야 건강하다. 이젠 한번 무리하면 힘들고 며칠 고생한다”고 했다. 배드민턴 치며 몸을 만들고, 지방을 돌아다니며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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