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아 '삼만리' 3천6백 건...40%는 '전문의 부재'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응급 의료 현장 '살얼음판'
구급대원 '응급실 뺑뺑이' 하소연…통계로 확인
구급대원이 병원 못 찾아 관리센터에 선정 요청 ↑
[앵커]
119구급대가 환자를 옮겼다가 병원 측 거부로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이른바 '뺑뺑이' 사례가 올해에만 3천6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10건 중 4건은 치료할 전문의가 없어 환자를 재이송해야 했는데,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가 계속된 탓으로 풀이됩니다.
권민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가 반년 넘게 누적된 응급 의료 현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입니다.
위급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정암 / 공노총 소방노조 부산본부 구급국장 : 코로나와 호흡 곤란 증상이 같이 동반된 환자분이신데요. 부산 지역 병원은 선정이 안 돼서 약 130km 떨어져 있는 대구, 1시간 이상 반 걸리는 대구 지역 대학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소방 구급대원들이 하소연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0일까지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했지만, 병원 측 거부로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겨진 사례는 모두 3,597건.
한 번 재이송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두 차례나 병원을 옮긴 사례도 121건 있었고, 무려 네 차례 병원을 전전한 경우도 23건이나 됐습니다.
병원 재이송 사유 가운데선 환자를 치료해줄 전문의가 없었다는 '전문의 부재'가 39.8%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난 이후 나머지 의사들이 공백을 메우다 생기는 과부하의 악순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구급대가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아달라고, 119 구급상황 관리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구급상황 관리센터가 병원을 선정해준 건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급증했습니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고 응급실 의사도 부족해지면서,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 대처에도 차질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YTN 권민석입니다.
YTN 권민석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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