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에서 쏟아진 “홍명보 나가”, 홍명보 감독은 “내가 견뎌야 한다”
“제가 앞으로 견뎌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5)이 승리로 장식하지 못한 복귀전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팬들의 야유에 한숨을 내쉬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3차예선의 첫 경기에 승리하지 못한 부분에 죄송하다”면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날 무승부는 상대인 팔레스타인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의 약체일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자국리그가 중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홍 감독은 처음 대표팀을 맡았던 2013년 데뷔전에서도 0-0으로 비겼는데, 복귀전에서도 같은 결과를 떠안고 말았다.
이날 경기를 복기한 홍 감독은 “전반전과 후반전이 다른 양상이었다. 전반은 우리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후반은 개선됐으나 몇 번의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면서 “반대 전환과 볼이 나가는 스피드가 빨랐어야 했다. 상대가 내려서는 것을 공략할 때 득점은 반대편을 노리는 게 좋은 방법인데 전반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 것은 관중석에서 쏟아진 야유였다. 그가 부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나온 영향으로 경기 전 양 팀을 소개할 때부터 야유가 흘러나왔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높아지던 야유는 “홍명보 나가”라는 비판 구호로 이어지고 말았다. 북중미를 향한 첫 출항에선 ‘허니문’이 없었던 셈이다.
홍 감독은 “(자신에게 야유가 쏟아지는) 그런 장면들이 쉽지는 않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팬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 부분은 제가 앞으로 견뎌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 감독이 팬심을 달랠 방법은 승리 뿐이다. 이날 경기에서 유럽파들이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10일 오후 11시 오만으로 무대를 옮겨 치르는 원정 2차전은 부담이 더욱 커졌다. 홍 감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남은 4일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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