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장고 끝' 총리에 우파 바르니에 전장관 임명(종합)
좌파연합 "총선 4위 정당서 총리" 반발…극우는 "지켜볼 것"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우파 공화당 소속인 미셸 바르니에(73) 전 장관을 총리로 임명했다. 조기 총선 60일 만이다.
총선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좌파 진영은 우파 총리 임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대통령은 그에게 국가와 프랑스 국민을 위해 봉사할 통합 정부를 구성할 임무를 맡겼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임명은 전례없는 일련의 협의 과정을 거쳤고 헌법적 의무에 따라 대통령은 차기 총리와 정부가 가능한 한 안정적이고 최대한 폭넓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수립 이래 최고령 총리다.
정통 우파 공화당원인 바르니에 총리는 3선 하원의원에 상원의원 한 차례, 장관 3차례를 지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에서 환경 장관(1993∼1995),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외무 장관(2004∼2005),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농수산부 장관(2007∼2009)을 지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두 차례 역임했으며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논의할 때 협상 대표로 활약했다.
2021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1차 투표에서 23%의 득표율로 낙선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3일부터 여러 정당 지도자와 연쇄 회동하며 총리 후보로 적합한 인물을 물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온건 좌·우파 인물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하원에서 불신임 투표가 이뤄질 우려가 커 번번이 최종 임명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고심 끝에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니에 총리를 선택한 것은 후보군 중에 그나마 불신임 가능성이 가장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파인 바르니에 총리가 자신이 지난 7년간 이뤄온 정책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그의 측근들은 일간 르파리지앵에 전했다.
또 정부 운영에 우파 공화당의 지원과 참여를 기대할 수 있는 점, 바르니에 총리가 2027년 대선을 넘보진 않을 것이란 점도 임명 배경으로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 인선을 마무리함으로써 내각이 사퇴한 지난 7월16일 이후 50일 넘게 이어진 임시 정부 상태는 끝을 내게 됐다.
바르니에 총리는 사임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에게서 이날 오후 6시부로 총리실 열쇠를 넘겨받는다.
그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총선에서 1위를 하고도 총리직을 우파 공화당에 빼앗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즉시 반발했다.
NFP 소속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선거가 도둑맞았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바르니에 총리에 대해서도 "총선 2차 투표는 (극우) 국민연합(RN)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그 (정치적) 입장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임명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마누엘 봉파르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LFI 의원 72명이 바르니에 내각을 불신임하겠다고 예고했다.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도 "정부에 대한 불신임을 시작으로 프랑스 국익을 외면하는 정책에 맞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 역시 엑스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 정점에 도달했다. 선거에서 4위를 차지한 당의 인물이 총리가 됐다"고 개탄했고,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도 엑스에서 "누구를 조롱하느냐"고 반발했다.
반면 극우 정당 RN의 반응은 좀 더 신중했다. RN 입장에선 좌파 인사가 총리가 되지 않은 점에서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우리는 그의 일반 정책 연설과 예산 방향, 그의 행동을 보고 (신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RN 유권자를 존중하고 구매력과 안보, 이민 등 주요 긴급 현안이 해결되길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 르펜 RN 하원 원내 대표 역시 "우리는 새 총리가 추진할 프로젝트를 예의주시할 것이며, 프랑스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리 유권자의 열망이 존중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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