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출산을 단념한 이유
[KBS 제주] [앵커]
맞벌이 부부라면 출산 후 육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현실의 벽 앞에서 출산을 단념할 수밖에 없는 젊은 부부들을 안서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오전 7시 40분, 5살 아들을 깨우는 엄마.
잠이 덜 깬 아이를 안고 세수를 시키고, 부랴부랴 옷을 입힙니다.
출근으로 마음이 급하지만, 엄마 속을 모르는 아이는 투정을 부립니다.
["(어린이집 가야 되는데~) 싫어요. 안 갈 거예요~"]
신발을 고르느라 한참 실랑이하고, 어린이집 차가 오기 전 겨우 집을 나섭니다.
이 씨는 인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긴 뒤에야 한숨 돌립니다.
맞벌이 부부인 이 씨는 연로하신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도 힘겨운 육아에 둘째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지선/제주시 애월읍 : "(둘째까지 낳으면) 저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있어서. (육아) 경험을 해보니 '아, 이제 더 낳기는 힘들겠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주는 기쁨을 알기에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한 아이라도 제대로 기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지선/제주시 애월읍 : "(아이가) 어떨 때는 저한테 갑자기 와서 꼭 안기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줄 때는 너무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죠. 이 아이가 이렇게 클 수 있도록 좀 더 내가 노력하고 더 잘해줘야겠단 생각을."]
맞벌이 부부인 이 30대 남성은 결혼 8년 차가 됐지만 자녀가 없습니다.
결혼 전부터 아내와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최제섭/가명 : "경제적인 문제가 크죠. 둘이 벌다가 육아 때문에 한 명은 일을 못 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육아 때문에 더 들어가고. 그러니까 더 힘들어지는 거죠."]
일과 육아를 힘들게 병행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최제섭/가명 : "모든 게 아이한테만 집중되어 있으니까, 본인들의 삶을 놓고 살더라고요. 대신에 저희는 그런 게 없으니까. 저희는 각자 자신의 삶도 재밌고 우리 부부의 삶도 재밌고."]
각종 출산 장려 정책에도 막막한 현실의 벽 앞에서 출산을 단념하는 부부들, 어떻게 해야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됐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고아람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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