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첫 출항부터 삐거덕…팔레스타인과 0-0 충격 무승부
후반 찬스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 드러내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홍명보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졸전 끝에 약체 팔레스타인과 비겼다. 반드시 잡아야했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 결과가 꼬이면서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나야 하는 다음 일정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FIFA 랭킹 23위 한국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96위 팔레스타인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데다 이스라엘과 전쟁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대승을 기대했던 경기인데 내용과 결과 모두 실망스러웠다. 경기 템포는 느리고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번뜩이는 공격이 없었다. 골 결정력까지 떨어져 몇 차례 얻은 찬스마저 놓쳤다.
3차 예선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중요한 무대다. 한국이 이라크, 요르단, 오만, 팔레스타인, 쿠웨이트와 묶인 B조에서 홈 앤드 어웨이로 총 10경기를 치러 조 2위 안에 오르면 북중미행 티켓을 획득할 수 있다.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서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 7일 오전 오만 무스카트로 출국,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오만과 3차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선임 후 두 달이 지났어도 여전히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던 홍 감독도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며 더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날 홍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인범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으나 90분 동안 팔레스타인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관중 6만 명 이상이 경기장에 자리한 가운데 경기 전부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축구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열렬하게 응원하면서도 홍 감독에게는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홍 감독이 중계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고, 경기 중에도 큰 소리로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한국은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공격은 촘촘하게 세워진 팔레스타인의 수비에 번번이 막혔고, 패스 플레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원에서도 불필요한 실수가 나왔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반격에 가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전반 22분 황인범의 파울로 내준 프리킥에서 팔레스타인 공격수 타메르 세얌에게 헤더 골을 허용했는데, 다행히 앞선 과정에서 야세르 하메드의 오프사이드로 '노 골'이 선언됐다.
슈팅을 시도하는 것조차 벅차던 한국은 전반전 막판 이강인과 황인범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의 수비를 두들겼다. 하지만 결정적 슈팅 두 개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41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이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은 팔레스타인 골키퍼의 발에 막혔다. 2분 뒤에는 전진하던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회심의 슈팅을 날렸는데 옆 그물이 출렁거렸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전 들어 공격에 변화를 줬다. 주민규, 이재성을 빼고 오세훈, 황희찬을 투입했고 이강인이 보다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공격의 실타래를 풀고자 했다.
한국은 점유율을 높이며 밀어붙였지만, 골은 쉽사리 터지지 않았다. 후반 15분 골키퍼와 1대1로 마주한 이강인의 왼발 슈팅은 골문 위로 떴다. 이어 후반 19분 이강인의 절묘한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8분 아크 정면의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이강인이 예리한 직접 프리킥 슈팅을 날렸지만 팔레스타인 골키퍼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한국의 골이 터질 듯한 흐름이었으나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38분 이강인의 패스에 이은 오세훈의 슈팅은 또 골키퍼에 막혔고 후반 42분 손흥민이 골키퍼를 따돌리고 날린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추가시간 8분이 주어졌지만, 한국의 극적 결승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47분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팔레스타인의 슈팅을 막아 승점 1이라도 따낸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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