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뉴욕 호텔펀드' 추적…KB증권 내부문서엔 있고 고객 설명서엔 없는 이것

정해성 기자 2024. 9. 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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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저희가 집중 보도해 드리고 있는 해외 부동산 펀드 소식입니다. 5년 전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위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가 내려다 보인다는 호텔입니다. 여기에 투자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천억원 가까이 모았는데, 전액 손실이 났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내부자료에는 이런 위험성이 언급돼 있었지만, 고객용 상품 설명서에는 단 한 줄의 경고도 없었는데 먼저 정해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약 5년 전, 국내 금융사들이 사모펀드를 만들어 투자한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마가리타빌 호텔입니다.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한 이 상품엔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등 620억원, KB증권 370억원까지 총 천억원 가까이 모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연 7.5% 수익률에 정기 배당을 준단 말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뉴욕 타임스퀘어를 계속 말하면서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 그러니까. 이제 호텔을 지으면 영업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고…]

그런데 만기 시점인 2021년 4월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코로나로 공실이 늘며 현지 개발사가 부도났고, 경매에 넘겨진 호텔은 3분의 1가격에 팔렸습니다.

특히 이 상품은 이탈리아어로 1층과 2층의 사이라는 뜻의 '메자닌'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순서도 선순위에 밀리며 투자금이 모두 사라진 겁니다.

문제는 금융사가 이런 위험을 경고했는지 여부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KB증권 내부자료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리파이낸싱'이 언급됩니다.

건물 가치가 하락할 때 현지 은행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빚을 갚기 어려워질 수 있단 내용입니다.

[이성우/변호사 : 감정가격이 확 떨어지게 되면 대출 인수 확약서를 써준 유니언뱅크(현지 은행)가 대출 인수 확약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당시부터 그런 위험성이 있었는데도 그런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하지만 고객 대상 상품 설명서엔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메자닌 상품을 오히려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정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타임스퀘어는 관광객이 많은 곳이고 호텔이 비어 있는 곳이 없고. 준공만 되면 당연히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조건이 되기 때문에…]

KB증권이 보낸 메시지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수익률이 높은 건 위험이 커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위험성 고지 안내 등 절차를 밟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불완전판매 여부뿐 아니라 상품 자체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많게는 수십억원을 한 번에 잃은 투자자들이 부실 판매 소지가 있다며 항의를 오래 이어가자 KB 증권은 지난해 투자금의 30%를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투자금을 돌려주는 조건 중 하나가 언론에 제보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계속해서 정해성 기자입니다.

[기자]

'맨해튼 호텔 펀드'에 노후자금 20억원을 투자한 70대 이모 씨도 한순간에 투자금을 모두 날렸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성향 조사하는 게 있는데 나는 안정적이다고. 노인들이 다 안정적이죠. (KB증권 직원이) 이걸 '공격적' 그걸로 바꿔야 한다고. 자기가 바꿔놓겠다고.]

지금까지 직원과 쌓아온 거래 관계만 믿은 게 패착이었습니다.

[이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금감원에 (민원을) 해도 답도 없고. 다른 민원이 많아서 6개월 정도 걸릴지도 모른다고. 1년 돼도 대답이 없어요.]

2년 넘게 항의를 이어가자 KB증권은 비밀유지를 조건으로 보상을 제안했습니다.

"언론 등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 등을 조건으로 투자금의 30%를 지급하겠단 겁니다.

다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저희도 10억을 투자한 거고. 중소기업에 정말 큰 금액인데. 실제로 그것 때문에 회사 유동성 제약이 있어서…]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부실판매 여부를 놓고 끝까지 다투겠단 입장입니다.

[권모 씨/KB증권 펀드 투자자 : 손발을 묶고 입을 막는 그런 기분이지만. 이게 정말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문제가 많았던 상품이구나. 한 번 싸워보자 해서.]

KB증권은 "비밀유지 조항 등은 다른 금융사도 비슷하게 넣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금융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손실 보상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없었다면 이런 보상을 하지 않는다"며 "그런 사유가 없었다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KB증권은 지급액을 높이는 방안을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출처 유튜브 'Jonathan Browne Menzies']
[영상디자인 강아람 송민지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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