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값 고공행진에 자영업자 “이번 명절 장사는 포기”
김밥에 ‘시금치 대신 부추’
양념은 대파 대신 양파로
그래도 안 되면 메뉴서 빼
“얼갈이배추 한 단에 7000원
정부 물가 대책 체감 안 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한 반찬가게는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높은 채소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7월 시금치나물을, 지난달에는 파김치 등을 뺐기 때문이다. 유아차를 끌고 온 손님이 머윗대 나물을 찾자 종업원 김모씨(62)는 “머윗대는 지금 없다”며 대신 고구마 줄기 무침을 추천했다. 김씨는 “채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일단 양을 줄이고, 그래도 감당이 안 되면 시금치나 파김치처럼 진열대에서 아예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5일 만난 반찬가게·식당 운영자들은 연일 오르는 식자재 가격에 시름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식자재를 비싼 재료 대신 값싼 재료로 바꾸거나 메뉴판에서 일부 메뉴를 없애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견디지 못해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에서 13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강모씨(64)는 “7월쯤부터 김밥에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고 있다”고 말했다. 시금치가 4㎏짜리 한 상자에 20만원씩을 넘어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강씨는 김이 담긴 상자를 손으로 툭툭 치며 “김도 작년 이맘때는 100장에 8000~9000원 정도 했는데 올해는 2만5000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며 “시금치만 문제가 아니라 식자재 전부가 말도 못하게 다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밥집을 하는 김모씨도 “파값이 너무 올라 일주일 전부터 양념에 대파 대신 양파를 넣는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넷’에 따르면 전국 농협 공판장에서 판매하는 시금치 가격은 4일 기준 1㎏당 1만2455원으로 작년 이맘때 9456원에 비해 48%가량 올랐다. 쪽파는 1㎏에 1만4213원으로 6836원이었던 작년에 비해 약 2배가, 머윗대는 1㎏에 6975원으로 1093원이었던 작년에 비해 5배가 넘게 올랐다.
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공시된 김의 소매가는 4일 한 톳(100장)에 1만3540원으로 지난해 9810원에 비해 약 38%가 비싸졌다.
식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폐업을 결심하는 반찬가게도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의 김모씨(63)는 3년간 운영해 온 반찬가게를 지난달 부동산에 내놓았다. 국내산 식자재만 사용해 찾는 손님은 많았지만 높아진 식자재 비용을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다. 김씨는 “15가지 종류로 끓였던 국을 7~8가지만 끓이고, 반찬 수도 줄여 봤지만 매출 대비 식자재 비용이 40%가 넘으니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반찬으로 가득 찼던 4단 반찬 진열대는 지금 곳곳이 비어 있었다.
김씨는 “추석은 더는 대목이 아니다”라며 “이번 명절은 아예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임차료, 공과금, 식자재가 다 비싸져 영세업자는 죽어가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명절 장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현시장에서 15년째 전·부침을 판매하는 차모씨(65)는 “전체 매출에서 20~25%를 차지했던 식자재 비용이 지금은 35%도 넘어 내가 일하는 인건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라며 “추석에 다들 전을 찾을 거라 뺄 수도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루하루 버티는 마음으로 장사한다는 차씨는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 대책을 말하는데 장 보러 갈 때마다 가격이 올라 있다”며 “작년에 1500원 하던 얼갈이배추 한 단이 7000원씩 해 정부 대책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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