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채해병 특검법 넘지 않고는 대권주자 자리매김 어려워”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했던 제3자 추천안을 담은 네 번째 채해병 특검법을 야권이 발의했다.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방식의 한 대표 안을 수용해 법안 통과의 돌파구를 마련한 셈인데, 받을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한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당내 친윤석열(친윤)계의 반발에 막힌 한 대표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놓은 네 번째 채해병 특검법에 대해 '무늬만 제3자 추천'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한 대표도 "내용을 봤는데 (기존 야당 특검안에서) 바뀐 게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압박감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여권을 압박하며 한 대표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순직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진심은 무엇이냐"며 "이제 한 대표가 화답할 차례다. 더 늦추지 말고 9월 중 채해병 특검법을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당내 반발의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채해병 특검법 법안 발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가 발표된 뒤에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 특검을 검토할 것이란 게 당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한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 추천 특검법'이 "당내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만 하다 본질을 놓칠 수 있다"면서 "약속했던 채해병 특검법을 정말 강하게 밀고 나가 반대하는 의원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도록 만들겠다는 등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고민에 빠진 것 같다. 그러는 중에 국민 기대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이어가며 채해병 특검법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 대표가 의원총회나 공개 토론을 통해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표가 당대표에 취임한 지 한 달을 넘는 기간 동안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야당의 채해병 특검법 발의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당내 불만도 터져 나온다.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를 항의 방문한 것을 두고 한 대표가 '공수처 수사 후 특검법 발의'로 입장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다. 장 의원은 시사저널에 "국민의힘 사기탄핵 공작 진상규명 TF 위원장을 맡고 있어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제3자 특검법 발의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수사가 전제돼야 된다는 생각하지도 않는다"라면서 "내일이라도 한 대표가 의원들 당내 논의를 마쳤다며 '발의합시다'라고 하면 대표 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의도와 생각을 오독하는 이들이 많은데, 국민을 향해서 민주당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얘기하는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채해병 특검법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 여권 전체 지지율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권이) 트리플 하락 국면"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당내 반대 여론으로 인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한 대표가 뚜렷한 입장과 (계획 중인) 프로세스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해병 특검법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여권이 위기를 극복하기도 어렵고 한 대표가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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