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시즌 20홈런’ 채웠고 이제 남은 건 ‘우승 반지’
마지막 꿈 “삼성 한국시리즈 우승”
삼성 박병호(38·사진)는 지난 3일 대구 롯데전에서 3경기 연속 아치로 개인통산 399호 홈런을 기록한 뒤 자신의 400번째 홈런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 이럴 때는 ‘아홉수’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상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박병호에게 징크스 따위는 없었다. 박병호는 다음날 바로 400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4일 대구 두산전 첫 타석에서부터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대기록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박병호는 이승엽 두산 감독, 최정(SSG)에 이어 KBO리그 역사상 400홈런을 달성한 세 번째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선수로 뛰던 2015년 6월3일 포항 롯데전에서 400홈런 고지에 올랐다. 박병호는 이승엽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기록을 이어갔다. 상대팀 더그아웃에 선 이승엽 감독 앞에서 쏘아 올린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경기 뒤 400홈런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데뷔 후 6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프로 커리어 막바지에 400홈런에 대한 열망이 점차 커졌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개수가 300개 후반으로 접어들자 400개를 달성 못하고 은퇴하면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고 했다. 평소 개인 목표를 잡아두는 성격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400개는 돌파하고 은퇴하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에는 최정이 491개의 홈런으로 1위에 올라 있다. 이어 467홈런을 친 이승엽 감독이 2위에 랭크돼 있다. 박병호가 그들의 뒤를 따르지만 또 다른 기록 도전에 욕심은 내려놨다.
그는 “사실 내년 시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입장”이라며 “당장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는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그냥 400홈런을 돌파한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과 현역으로 함께 뛰기도 했던 박병호는 “이승엽 감독님, 최정과 400홈런 대열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하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솔직히 다 끝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홈런으로 박병호는 시즌 20개도 채웠다. 박병호는 2012년 넥센(현 키움)에서 31홈런을 친 뒤 2022시즌까지 9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18홈런에 그치며 이 기록이 끊겼다. 다시 20홈런 고지에 오른 박병호는 “연속 시즌 20홈런 기록이 깨져서 많이 아쉬웠다”며 “장타력이 떨어지면 시즌 초반처럼 얼마든지 또 부진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다시 20홈런을 돌파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1986년생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그는 지난 5월 말 트레이드를 통해 KT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박병호는 여러 차례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반지가 없다.
리그 2위로 ‘가을야구’를 예약한 삼성에서 우승 한까지 푼다면 박병호로서는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
박병호는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팀 선수들과 한국시리즈를 가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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