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개근은 ‘ㅈㄹ’이다?…“이제는 자랑 아닌 ‘조롱’”
[KBS 대전] [앵커]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개근 거지'.
학교나 회사 등을 빠지지 않고 잘 다녔다는, 성실함의 대명사 '개근'.
남에게 빌어먹는 사람, 또는 이를 욕하여 이르는 말 '거지'.
이 이질적인 단어가 결합한 '개근 거지'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놀랍게도 이 말은 우리 학교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데요.
학기 중에 '교외 체험학습'을 가지 않고 학교에 잘 다니는 학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게 아니라 '조롱'하는 데에 쓰이는 말입니다.
'교외 체험학습'은 학기 중 학교에 출석하는 대신 가족들과 견학, 여행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로, 시행한 지도 꽤 오래됐습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종식과 더불어 '교외 체험학습'이 잦아지고 대부분 해외로 몰리면서, 각 가정이 처한 사정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고, 이를 '가난'이라는 틀에 씌워 차별과 괄시 등 일종의 혐오로 나타나는 일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빠가 올린 글입니다.
"아들이 '개근 거지'라고 놀림 받았다며 울었다."
"국내여행이 부끄럽다는 말에 결국, 아내와 아들만 가기로 하고 땡처리 해외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
이글을 두고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미용실에서 듣고 충격을 받았다. 어른들을 보고 배웠을 텐데 누굴 탓하겠냐?"
"해외여행 못 가는 아이들에 대한 요즘 아이들의 시선과 생각이 문제다."
라는 등의 글과 댓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강영미/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표 : "그런 경험을 못 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을 배제하거나 따돌리거나 놀리거나 하는 그런 현상들이 문제인 거잖아요. 또래들과 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우리 공교육에서 많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 당국도 신조어가 생길 만큼 잘못된 풍토가 자리잡은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처할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주희/대전시교육청 장학사 :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직 학교에서 배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교외 체험 학습이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도록…."]
전문가들은 교실 혐오 문화는 결국 어른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올바른 가정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도 제도를 시행하며 문제점이 발생한 만큼, 교육부 차원에서도 분명한 지침을 마련해 갈등과 혐오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백유미/중부대 교육상담심리학과 교수 : "현장학습이라는 개념이 교육 현장에 마련된 원래의 취지를 부모들과 우리 학생들이 잘 이해해야죠. 가정의 부유함을 남들에게 과시하고 자녀의 기를 살려주겠다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치열한 경쟁 문화에서 생긴 그릇된 문화 또한 사라져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족을 갈라서라도 반쪽짜리 '해외여행'을 가는 실태.
'개근 거지'라는 잘못된 표현과 인식의 시작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더 늦기 전에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뉴스 더하기'였습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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