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2조원어치’ 훔친 대도의 삶 추적[책과 삶]
예술 도둑
마이클 핀클 지음 | 염지선 옮김
생각의힘 | 304쪽 | 1만7800원
영화 <도둑들>은 4인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의 한바탕 도둑질과 함께 시작된다. 미술관에서 값비싼 문화재를 훔치는 데 성공한 이들은 곧 장물아비로부터 두둑한 현금뭉치를 받는다. 이들에게 예술 그리고 도둑질이란 먹고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여기 한 예술품 도둑이 있다. 그의 이름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1994~2001년 유럽 전역에서 200여차례에 걸쳐 300점 이상의 작품을 훔쳤다. 훔친 작품의 가치가 2조원이 훌쩍 넘는 희대의 대도다. 그런데 그가 도둑질한 이유는 돈이 아니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실제 그는 훔쳐온 작품들을 자신의 집 다락에 숨겨두고 은밀하게 감상했다. 나름의 원칙도 있었다. 절도 전후 절대 작품을 훼손하는 법이 없었고, 작품을 망가뜨리거나 폭력을 쓰는 도둑을 경멸했다. 그에게 도둑질이란 ‘사랑하는 대상을 해방시키는 일’에 가까웠다. 이렇게 미학을 논하는 도둑이 그 말고 또 있던가.
<예술 도둑>은 아름다움을 소유하기 위해 도둑이 된 브라이트비저의 삶을 추적한 논픽션이다. 1997년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이뤄진 브라이트비저의 대범한 절도로 문을 여는 책은 유복했던 그의 어린 시절부터 8년에 걸친 그의 도둑질, 오만함으로 인해 맞은 파국까지 연대순으로 재구성한다. 조용했던 소년이 왜 예술 작품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의 어린 연인은 왜 기꺼이 브라이트비저의 도둑질에 가담했는지 머릿속을 채운 물음표들은 유려하고 생생한 문체를 통해 해소된다. 한 편의 잘 짜인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 흥미롭다.
미국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 썼다. 현대사회와 격리된 채 27년간 홀로 살아온 이를 추적한 책 <숲속의 은둔자>로 널리 이름을 알린 작가다. 그는 끈질긴 설득으로 브라이트비저를 직접 인터뷰하는 등 10년 넘는 노력 끝에 매혹적인 이야기를 재구성해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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