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문턱 넘나드는 ‘기기괴괴’ 이야기[낙서일람 樂書一覽]
일곱채의 빈집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 엄지영 옮김
창비 | 1만5000원
오래전, 즐겨보던 TV 외화 시리즈 중 스필버그 감독의 <어메이징 스토리>라는 게 있었다. 기괴한 이미지, 평범한 일상을 조금씩 비튼 이야기가 더해져 ‘시간순삭’의 흡입력을 지닌 프로그램이었다.
사만타 슈웨블린의 단편 소설집 <일곱채의 빈집>은 <어메이징 스토리>를 떠오르게 한다. 시작부터 기이함을 자아내는 등장인물들의 낯선 행동, 생생한 묘사, 물 흐르듯 전개되는 가독성은 <어메이징 스토리>에 필적할 만큼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단편 ‘그런 게 아니라니까’에 나오는 딸과 어머니는 매일 어쩔 수 없는 구실을 만들어 내서 생판 남의 집인 호화주택에 들어간다. 그들은 집을 구경하다가 인테리어나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마음대로 바꾸는 등 “미친 짓”을 한다. 그리고 주인이 나오기 전에 도망치는데, 하루는 차가 진흙탕에 빠져 정원에서 집주인과 마주치고 만다. 집주인은 이들의 기이한 행동에 경악하면서도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걸 어떻게 배상할 것인지 모든 게 궁금해진다. 어머니는 아픈 척 위기를 모면하고, 이들은 가까스로 도망친다. 한편 이들이 너무 궁금했던 집주인은 결국 그들의 집까지 찾아오게 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걸까.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집을 구경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기도 하고(‘그런 게 아니라니까’) 때로는 집 안에 갇혀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숨소리’) 때로는 집을 잃고 떠돌기도 한다(‘40제곱센티미터의 공간’). 소설집의 제목인 ‘일곱채의 빈집’인 이유기도 하다. 작품들은 실재와 환상을 넘나들며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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