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톳길 필요" 요청 쇄도해 만들었지만 지자체 '비용 속앓이'
【 앵커멘트 】 주변에 맨발로 황톳길 걷기 하시는 분들 흔히 보실 수 있을텐데요. '어싱'이라는 이름이 붙으며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청마다 시청마다 황톳길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도 쇄도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나 봅니다. 황톳길 하나 만들고 유지하는데 만만찮은 돈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이서영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기자 】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시민들이 산책을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걷기 운동처럼 보이지만 모두 맨발입니다.
맨발 걷기가 유행하며 서울 황톳길은 2년 새 17개에서 48개로 늘었고, 서울 25개 구 중 18곳이 맨발 걷기 관련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 인터뷰 : 정명진 / 경기 부천시 - "다리가 시원하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문제는 돈입니다.
동대문구 한 황톳길은 550m를 까는데 10억 원이 들었습니다.
축구장 두 개를 천연잔디로 덮을 수 있는 돈입니다.
게다가 이 길에는 보온시설도 설치해야해서앞으로도 3억 원 정도 더 들어가야 합니다.
서대문구는 8억 5천만 원짜리 인공 황톳길을 만들려다 멀쩡한 흙을 왜 뒤엎느냐는 인근 주민의 반대로 사업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최영숙 / 서울 광진구 - "황토만 올려놓고 그냥 부수적인 조성을 한 것뿐인데 10억이나 들었다고 그러니까 엄청나죠."
사후 관리에도 만만찮은 돈이 들어갑니다.
▶ 스탠딩 : 이서영 / 기자 - "황토 특성상 물이 흡수되지 않아, 관리하지 않으면 물이 이렇게 고여 있게 됩니다."
이러다보니 황톳길 전담 인력은 필수입니다.
▶ 인터뷰 : 황톳길 관리인 - "계속 비가 오잖아요. 그러면 (황토가) 유실되기 때문에 덮어놨다가. 소나기 올 때는 저걸(덮개) 덮죠. 건식은 물 들어가면 안 되니까."
덮개를 덮어도 비만 오면빗물에 쓸려 나가고, 반대로 너무 건조해도 황토는 바람에 날아갑니다.
5만 원짜리 황토 한 포대를 부어도 고작 1cm 두께, 두 평밖에 못 덮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뚜렷한 의학적 근거도 아직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돈 먹는 하마를 만들고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MBN뉴스 이서영입니다. [lee.seoyoung@mbn.co.kr]
영상취재 : 정상우·홍영민 VJ 영상편집 : 이유진 그래픽 : 염하연·이새봄·심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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