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보터 잡아라”… 해리스 ‘낙태권’·트럼프 ‘경제’로 차별화 [심층기획-美 대선 사전투표 시작]

홍주형 2024. 9. 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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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 ‘청년 표심 공략’ 사활
해리스 등판 후 젊은 유권자 등록 증가
18∼34세 49%가 지지 … 트럼프는 36%
女, 정치적 이슈로 ‘재생산권’ 특히 주목
트럼프, 가상화폐 옹호·팁 면세 앞세워
18∼29세 男 지지율은 해리스에 우위
양측 모두 틱톡 적극 활용해 구애 행보
“젊은 유권자들을 잡아라.” 11월 미국 대선에서 각 후보가 공을 들이고 있는 유권자층이 2030 ‘영 보터’(Young voter·젊은 유권자)다. 로스앤젤레스(LA) 출신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학생 마틴 리(23)는 3일(현지시간) 세계일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일 때는 대선에 관심이 없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된 뒤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힐라리오 델레온(23) 밀워키카운티 ‘영 라티노’(젊은 라틴계) 의장은 캔자스 지역 언론인 KSNT에 출연해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는 세상에 대해 더 알게 되면 될수록 더 보수적이 된다”며 “특히 그들의 지갑 사정과 관련된 경우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 인구의 약 20%가 20∼34세 ‘영 보터’다. 18∼29세 유권자는 2020년 대선에서 1972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50%)을 보인 바 있다. 미 정가에선 최근 이들의 움직임과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일반적으로 진보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이들은 대체로 현 정부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젊은 유권자들과 함께하는 영상이 올려져 있는 해리스 부통령의 틱톡 계정(왼쪽 사진)과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터뷰한 영상이 올려져 있는 팟캐스트 운영자 렉스 프리드먼의 유튜브 계정. 틱톡·유튜브 캡처
◆해리스 “여러분이 미래 바꿀 힘 가져”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전통적으로 흑인들이 입학하던 대학)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여러분들이 우리 미래를 바꿀 힘을 가졌다”며 “나는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선거 구호인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를 실현해줄 수 있는 핵심 유권자로 이들의 참여를 호소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조지아주 유세에서도 고등학교, 대학교 등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다녔다. 조지아주 지역언론인 AJC(The Atlanta Journal Constitution)는 해리스 부통령이 다녀간 뒤인 지난달 30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 조지아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유권자 등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민주당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USA투데이·서퍽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4세 유권자들 중 49%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한 36%보다 13%포인트 앞섰다. 지난 6월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서는 이 연령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한 비율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한 비율보다 11%포인트 앞섰다. 지난 4월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전통적 텃밭인 젊은 유권자층에서 뒤지고 있는 바이든 캠프의 고민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는데, 후보 교체 이후 이 추세가 변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 여성 유권자의 22%가 가장 관심이 높은 정치적 이슈로 재생산권(낙태권)을 꼽아 1위를 기록했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서 이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온 것도 영향이 있다는 평가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지지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리서치펌인 PRRI의 멜리사 덱만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해시태그를 붙이고 ‘지지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실제 투표장에 가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논설위원인 패트릭 힐리는 젊은 부동층 유권자들과의 토론 프로젝트를 근거로 이들이 전당대회 뒤에도 여전히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적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Z세대 남성들엔 여전히 인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뛰던 6월까지만 해도 USA투데이·서퍽대의 여론조사에서 보듯 젊은 유권자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섰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들의 선호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임기 중 젊은층이 자주 사용하는 틱톡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올해 초 틱톡금지법이 상원에서 통과되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자 이런 조치에 대해 반대한다고 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틱톡 가입 후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 UFC 방문 영상을 첫 영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액시오스는 이외에도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그의 우호적인 태도, 팁에 대한 세금 면제 공약 등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공약으로 꼽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젊은 층 지지에서 앞선다고 해도 이를 굳어진 추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뒤인 8월 시에나대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6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18∼29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13%포인트 앞섰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유권자들에겐 해리스 부통령이 38%포인트 앞섰다. 격차는 여성에 비해 작지만, 남성 Z세대 유권자에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2월 WSJ 여론조사에서 18∼29세 여성 유권자들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정치적 이슈는 재생산권이 꼽혔지만 같은 연령대 남성 유권자에겐 경제 문제(17%)가 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Z세대 남성들에 인기 있는 팟캐스트 운영자인 컴퓨터과학자 렉스 프리드먼과 인터뷰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기성 미디어와 인터뷰하기보다는 젊은 층들에게 인기 있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인터뷰에 자주 출연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스위프트, 틱톡… 구애는 계속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선까지 젊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확보하고, 이들의 지지를 실제 투표로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젊은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 모두 주목하는 것이 틱톡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가 있는 날은 하루에 평균 2∼3개의 틱톡 영상을 공식 계정에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는 조지아주 유세에서 하인스빌 리버티카운티 고등학교 밴드 연습 현장을 찾은 영상, 카페에서 젊은 세대와 대화하는 영상 등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틱톡금지법에 서명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도 틱톡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틱톡에 올린 UFC 대회 영상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자지구 전쟁의 향방은 특히 해리스 부통령에게 잠재적으로 투표하는 청년층이 실제 투표장에 갈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역의 2030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청년층 투표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스위프트는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하지 않고 있는데,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스위프트가 ‘깜짝 방문‘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성 추측이 일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나왔으나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하는 인공지능(AI) 조작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게재해 비판을 산 바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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