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동맹, 중국이 수혜자…尹, 위험해도 일본에 실사구시적 접근"

안채원 기자 2024. 9. 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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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사진제공=국립외교원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을 통해 성사된 러북 간 군사 협력 강화로 중국이 최대 수혜를 입게 됐다는 외교 원로의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5일 서울 서초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4'에서 "러북 동맹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며 "'왜 이런 큰 일을 벌이면서 우리한테 상의가 없었냐'라는 불쾌감을 중국이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전략적 불쾌감일 뿐이지 중국이 손해 보는 건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포함됐다.

천 이사장은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은 대만"이라며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일이 생겼을 때 러북 동맹이 없다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게 도발 좀 해달라'고 아무리 김정은에게 말해도 김정은은 '도발했다가 얻어맞으면 어쩌나'라고 생각해 안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근데 러북 동맹을 맺고 러시아가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을 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어부지리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건데, 중국이 대만에 군사 활동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경우에 대해서 (러북 동맹을 통해) 중국의 옵션이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러북 동맹은 동아시아의 미래 안보 질서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천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한일 관계 복원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천 이사장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일본이 지지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미일 3자 간의 문서에서 통일 상태에 대한 최종적 지지를 표명했다"며 "안보 협력까지 포함하는 한미일 협력은 감성적 접근이 가장 국민 공감을 받을 상황에서 국익 중심으로 실사구시적 접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 대해서 실사구시적 접근을 한다는 게 사실 자살 행위 아니냐"라며 "아무리 일본과 협력하면 좋다고 해도, 협력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굉장히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을 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의 미래를 위해 새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했다.

/사진제공=국립외교원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중국과의 안보 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전 장관은 "전략적 선명성을 요구받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며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은 안보에 있어서 대체 불가한 국가이고, 중국과는 여러 갈등 요인이 있지만 안보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는 "3국의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지나친 우려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해서 안보 협력의 경우 전통적인 북한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자체 핵무장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 전 장관은 "자체 핵무장은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제 정세나 미국의 입장을 볼 때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게 북핵 문제"라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주로 경제 문제만 다루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현욱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도 참석해 윤석열 정부의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외교가를 향해 경제안보 관련 국제 규범을 설정하는 논의에 있어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비서관은 "아마 세계에서 경제안보와 관련한 규제 등 국제적 규범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며 "그런 논의에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히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는 그런 논의가 진행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국립외교원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도 우리나라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봤던 것처럼 한중일 회담은 앞으로 중국과 양자 간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변화는 한국 외교에 엄청난 도전이 되고 있다"며 "국제 질서의 변화로 인해 한국은 보다 다각적인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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