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응급실 뺑뺑이 해법은 의정갈등 해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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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 상황이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7개월째 공백을 메우던 교수와 전문의들이 피로 누적 등으로 진료 축소나 사직을 선택하면서 필수의료의 최전선인 응급실 운영이 위협받고 있다.
부산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지역 내 응급실 의료진 부족으로 타 시도로 이송하는 사례가 2~3배 늘었다고 한다.
현재의 응급실 혼란은 그동안 누적된 의료계 문제에 이번 의정 갈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보는 게 냉정한 진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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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한발씩 양보해 파국은 막아야
병원 응급실 상황이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다.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7개월째 공백을 메우던 교수와 전문의들이 피로 누적 등으로 진료 축소나 사직을 선택하면서 필수의료의 최전선인 응급실 운영이 위협받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배후진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병상을 축소하는가 하면, 소아호흡기 응급환자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 양산부산대병원처럼 특정 과목에서 진료 거부나 제한 사례도 속출한다. 서울 경기 세종 등 수도권과 일부 비수도권에서 시작된 응급실 셧다운 우려가 부산 경남으로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 수십 군데를 돌거나 결국 사망에 이르는 사고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초 공사장에서 추락해 척추 골절상을 입은 70대 근로자가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 헤매다 겨우 도착한 병원에서마저 수술 의료진 부족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40대 열사병 환자가 응급실 20여 곳을 돌다 숨졌다. 부산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지역 내 응급실 의료진 부족으로 타 시도로 이송하는 사례가 2~3배 늘었다고 한다. 추석 명절이면 통상적으로 사건 사고가 잦아 환자는 70~80% 늘어난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응급실 뺑뺑이가 이전에 없다가 새롭게 불거진 일은 아니다. 병원 응급실을 찾아 이곳저곳 떠돌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구조적 문제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됐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서라도 응급의학을 비롯한 필수진료과목 의사 수를 늘리려고 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의 응급실 혼란은 그동안 누적된 의료계 문제에 이번 의정 갈등이 더해진 결과라고 보는 게 냉정한 진단일 것이다.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의사 부족이라는 환부가 한꺼번에 곪아터지는 장소가 응급실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응급실 대란이 의정 갈등 결과라기 보다 의료 개혁의 이유였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어야 하는 궁극적인 책임은 병원이나 의사가 아니라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의료 개혁이 아무리 당위성을 갖췄다 해도 국민이 생명을 잃은 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급해진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군의관을 응급실에 파견하고, 추석 연휴기간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에 1 대 1 전담책임관을 지정하는 계획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대처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하다. 어떻게든 의정 협상 재개 돌파구를 마련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긴 했다. 의사들도 교수 전문의 전공의 의대생 개업의 등으로 갈라져 있는 의료계 목소리를 모아 단일안을 내놓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의대 정원 증원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 갈등을 부채질하지 말고 해소 방안을 같이 고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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