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세계지질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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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산에서는 지질과학자들의 대축제인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가 국내 처음으로 열렸다.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주최하고, 부산시 대한지질학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주관해 학술 발표뿐만 아니라 전시회, 현장 답사 등 다양한 학술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세계지질과학총회는 학술 행사 중심의 프로그램과 함께 지질영화제와 200여 개 전시회 등 시민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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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부산에서는 지질과학자들의 대축제인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가 국내 처음으로 열렸다.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주최하고, 부산시 대한지질학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공동 주관해 학술 발표뿐만 아니라 전시회, 현장 답사 등 다양한 학술 행사를 진행했다. 전 세계 121개 국가에서 70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많은 참가 국가 수나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4년마다 대륙을 돌아가며 열린다는 점에서 ‘세계지질올림픽’으로도 불린다.
말이 좋아 올림픽이지 언론도, 시민도 올림픽에 쏟는 것 같은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수가 직접 참여하며 관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올림픽을 학술 행사에 비유하는 것부터 무리다. 이번 세계지질과학총회는 학술 행사 중심의 프로그램과 함께 지질영화제와 200여 개 전시회 등 시민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무관심을 보면 기초과학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인식이 반영된 듯하다.
부산에서는 2010년에도 물리·화학 분야 학술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물리유기화학회가 열렸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4명이나 참석했지만 그 가운데 한 명의 대중 강연 외에는 시민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행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기초과학 전반의 인식과 연관 짓는 건 확대 해석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의대 증원으로 많은 상위권 학생이 의대로 쏠리고 반수 열풍이 부는 게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언론이나 정책 입안자들은 수시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기초과학의 바탕 위에 첨단 기술이 발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산 배분이나 우선순위에서 기초과학은 대체로 뒷전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기초과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소홀히 하는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기초과학의 가치와 중요성을 말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67년 설립된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초대 원장을 맡았던 로버트 윌슨은 1969년 의회의 원자력에너지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는 연구소의 막대한 예산 규모를 두고 의원들과 공방을 벌였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냉전의 절정기였다. 그에게 존 패스토어 상원의원이 페르미연구소 가속기가 국방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물었다. 윌슨은 “이 가속기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으며 (훌륭한 화가, 훌륭한 시인이 많다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를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로 만들어 줄 뿐”이라고 답했다.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다.
이진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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