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명의 오션 드림] ‘머스크’가 쏘아 올린 커다란 공

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2024. 9. 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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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명 부산대 교수·수소선박기술센터장

‘머스크(Maersk), 중국 조선사에 메탄올 선박 발주 중단!’

지난 5월 발표된 기사다. 머스크 해운은 세계 어느 항구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글로벌 2위의 덴마크 국적 해운선사다. 친환경 해운이 이슈인 현시점에서 메탄올추진 방식을 다루는 해운업계 큰 손 머스크의 행보에 조선산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보도의 시발점은 머스크가 중국 조선소에 3500TEU급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 15척을 발주해 주목된다는 지난 1월의 보도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친환경선박 시장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사실 세계 최초의 메탄올추진 선박은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건조했으며, 공교롭게도 당시 해당 선박을 발주한 선사도 머스크였다. 이런 연유로 인해 메탄올추진 선박의 본격적인 시장을 중국 조선소를 통해 열겠다는 머스크의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메탄올추진은 기존 중유 계열 선박 연료보다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메탄올을 연료로 직접 사용하는 내연기관 엔진도 상용화되어 있는 등 실용화를 위한 기술적 장벽이 높지 않아 탈탄소 선박을 실현하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수월성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선박 발주를 연기한 이유로는 글로벌 인프라 부족에 따른 메탄올 연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중국 기술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힘을 보태듯 머스크가 취소했던 메탄올추진 선박의 일부를 LNG추진 컨테이너선으로 변경해서 우리나라 조선소에 발주했다는 낭보가 있었다. 운항 안정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대형 선사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메탄올 외에도 연료 다변화를 위한 구체적 검토는 가속될 전망이다. 탈탄소를 달성해야 하는 ‘2050년 넷-제로(Net-Zero)’까지 현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25년이란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머스크의 행보는 글로벌 조선·해양 탈탄소 구도에 커다란 공을 쏘아 올린 셈이다.

땅에도 머스크가 있다. 인천 청라지구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테슬라가 스페인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테슬라로부터 발화한 화재가 주변 차량 200여 대를 전소시킨 것이다. 어찌 보면 전기차에서 가끔 일어나는 사고로 묻힐 수도 있겠으나 ‘전기차 캐즘(chasm)’으로 고민이 깊은 테슬라로서는 분명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테슬라가 세계적 이슈의 중심에 섰으니 그간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 온 테슬라 수장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단순한 자동차회사가 아닌 전 세계 증시를 들썩이게 할 최고의 화제 기업인 까닭에 그가 어떤 공을 쏘아 올릴지에 따라 많은 사람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차량 화재에는 배터리가 중심에 있으므로 자동차 입장에서는 꽤 억울할 것 같기도 하다. 해운사 머스크의 고민 역시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친환경 연료 문제를 선박을 통해 풀고자 하는 것이니 조선소가 먼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마뜩잖은 상황이다. 요소 기술이나 핵심 부품들을 제대로 기능시키는데 필요한 문제 해결은 완성형 제조업의 책무임이 맞지만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의 요구가 들이닥치면 여러모로 난감해진다.

‘여건’은 준비를 통해 만들어진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이 갖추어 둔 여건은 어떨까. 그들은 암모니아나 메탄올 등 언제든 확보 가능한 기술들보다 상당기간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고난도 기술에 해당되는 수소기술 저변 확대와 수소 공급망 확보부터 서둘렀다. 세계 최초로 대륙 간 액화수소운송선 실증에 성공했고, 액화수소 인수기지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자동차나 선박 등에 필요한 수소연료의 공급 여건 확보부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액화수소운송선 실증선 건조사업이 곧 시작된다. 액화수소 인수기지 구축도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은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제발 바라건대, 이 이상 더 늦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혁신은 대중이 받아들이기 전 오랫동안 표면 아래서 일어나는데 수소도 비슷하다.’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땅이든 바다든,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염두에 둔 수소 혁신이 조용히, 그러나 엄청난 열기로 끓어오르고 있다. 세계가 동참하는 ‘2050 넷-제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수소 시대는 2050년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20년 전 쏘아 올린 공. 전기차 대량 공급에 대한 도전은 전통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을 뒤집었고 테슬라는 초단기간 스스로 ‘넘사벽’에 등극했다. 친환경 해상 운송의 기선을 누가 어떻게 잡을지, 해운사 머스크가 일단 공부터 쏘아 올렸다. 시장의 큰손들이 쏘아 올리는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던진 공은 아니더라도 튀는 공을 받아낼 최소한의 준비는 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여건’ 형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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