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작가팀 출신 소설가가 그린 ‘코리아 디아스포라’

조봉권 기자 2024. 9. 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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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해방자들'은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작가 고은지가 쓴 첫 소설이다.

언어와 문학에 관한 예민한 관심, 깊은 공부가 이 작가의 심연에 자리 하고 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작가 이력을 이렇게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이 작가가 지닌 언어에 관한 섬세한 감각이 장편소설 '해방자들'(영어로 된 원작을 장한라 번역가가 우리 말로 옮겼다)의 독특한 느낌과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장편소설은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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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들- 고은지 장편소설 /장한라 옮김 /엘리 /1만7000원

- 1988년 美서 태어난 재미동포
- 외국으로 이산한 한민족 아픔
-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


장편소설 ‘해방자들’은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작가 고은지가 쓴 첫 소설이다. 이 소설의 언어는 싱그럽다. 그리고 낯설다. 싱그러우면서 낯선 이 느낌은 ‘코리안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를 향한 새로운 접근법을 열어준다.

책날개를 살피면, 재미동포 작가 고은지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워싱턴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언어와 문학에 관한 예민한 관심, 깊은 공부가 이 작가의 심연에 자리 하고 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고 작가는 미국에서 영어로 문학 활동을 하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데 문학 활동 범위가 폭넓다.

2017년에는 시집 ‘시시한 사랑’을 출간했고 2020년에는 자전적 에세이 ‘마법 같은 언어’를 펴냈다. 이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시집을 영어로 번역했고,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어워드 위닝’(award winning)이라는 표현이 한국보다 훨씬 권위가 있어 보인다. 엄정하게 심사해서 주는 상의 가치를 흔쾌히 인정하는 태도가 보인다. 고은지 작가는 앞서 소개한 여러 책으로 미국에서 상을 여럿 받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상도 받았다.

작가 이력을 이렇게 상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이 작가가 지닌 언어에 관한 섬세한 감각이 장편소설 ‘해방자들’(영어로 된 원작을 장한라 번역가가 우리 말로 옮겼다)의 독특한 느낌과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한민족 문학의 마르지 않는 샘이며 창작의 원천이며 앞으로도 그런 구실을 더 많이 해야만 한다. 그토록 기구하고 깊고 풍부한 드라마가 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 남미 유럽…. 지역도 다채롭다. 한민족이 근현대사를 힘겹게 관통하면서 강제로 뿌리가 뽑혀 또는 스스로 외국으로 ‘이산’했다. 이들이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다. 그래서 한민족의 이산을 다룬 문학에는 특유의 무거운 서사 전개 방식이 있다.

이 장편소설은 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한민족 이산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전쟁과 독재, 정치 격변 등은 다 다룬다. 한국 정치적 격변기에 뿌리가 뽑혀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가족. 미국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거기에도 또 엄연히 존재하는 정치적 갈등. 그런 갈등이 ‘열심히 살아가는 일’에 방해가 되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민 사회 특유의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서 ‘경계선’ 위를 걷듯 여러 모습에 노출된 채, 그런 상황을 몸속에 쟁여가며 살아가는 소년과 소녀 이야기가 섬세하게 아름답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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