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2만 명…“50년 안에 78곳 붕괴”
[KBS 창원] [앵커]
사상 최저 합계출산율,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단하는 연속 보도, 마지막 순서입니다.
심각한 저출생·고령화는 결국 소멸로 이어집니다.
인구 2만 명 선이 무너지면, 지역의 기능적 소멸이 시작되는데요.
KBS는 국내 최초로 국토연구원과 전국 229개 시군구의 소멸 시점을 추계했습니다.
그 결과 50년 안에 78곳에서 인구 2만 명 선이 무너진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형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산비탈에 자리한 거대한 석재 구조물.
일제강점기인 1939년 만든 근대 선광시설 '용화 광산 선광장'입니다.
당시 광산 주변은 사람이 많은 큰 골짜기라는 뜻에서 대티골이라 불렸습니다.
[김종수/경북 영양군 일월면 : "지금보다는 (마을 사람이) 2배 이상 많았죠. 그 당시에는 집이 여기가 그래도 70~80호(가구)가 있었죠. (어릴 때) 구르마(손수레)도 타고, 놀고 그랬던 기억이 좀 남아있죠."]
번영은 길지 않았습니다.
채산성 악화로 광산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7만명이던 인구는 계속 줄었고, 결국 2만명 선이 무너졌습니다.
현재 인구는 만 5천여명, 섬 지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적습니다.
[오도창/경북 영양군수 :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눈이 번쩍 뜨이고, 또 어른이 돌아가시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게, 지금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희들이 인구를 지켜내느냐, 또 인구를 유입시키느냐, 이런데 행정을, 총력을 집중하고 있거든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인구가 2만명 아래로 내려가면, 공공·민간 서비스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경북 영양에는 철도도, 고속도로도, 왕복 4차선 도로도 없습니다.
면적은 서울보다 1.3배 더 크지만 군 전체 신호등은 단 12개뿐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없다 보니, 군내버스 한 대당 하루 운행 수입은 2만 원도 안 됩니다.
[김종태/영양 군내버스 운전기사 : "평일 날은 보통 만 5천 원에서 2만 원? 그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루 종일 (운행을) 다녀도 한 15명, 13명 (탑승합니다). 손님이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인프라 붕괴입니다.
현재 영양에서 응급실을 갖춘 병원은 단 1곳.
환자들이 몰리면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고,
[배순남/경북 영양군 수비면 : "평소에 오면 2~3시간, 어떨 때는 (진료도) 못 받고 그냥 갈 때도 있어요. (병원이) 복잡해가지고요."]
응급 환자들은 먼 곳까지 가야 합니다.
40분은 기본, 때론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심정지 환자가 80km 넘는 길을 이송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떠나고, 인프라가 무너지는 악순환, 인구 2만명이 붕괴된 지역의 현실입니다.
[이상현/영양병원장 : "혼자 (진료)하기에는 조금 벅찬 면이 많이 있어요. 현재 의원 1개, 병원 1개인데 그마저도 많이 위태위태합니다."]
결코 영양군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KBS가 국내 최초로 국토연구원과 전국 229개 시군구의 소멸 시점을 추계했습니다.
앞으로 30년 뒤, 경남 의령과 전남 강진 등 지방 소도시 39곳이, 50년 뒤에는 부산 중구와 대구 남구 등 광역시는 물론, 서울 용산구와 경기 광명시 등 수도권까지, 모두 78곳에서 인구 2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저출생·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이동이 맞물려 국토 전반에서 기능 소멸이 나타나는 겁니다.
[남기찬/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통상적으로는 시도 수준에서 (장래 인구를) 추정하는데요. 이번에는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출산, 사망, 또 인구 이동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100년 이후 미래를 추계했습니다."]
KBS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국 229개 시군구의 미래 100년 인구를 알려주는 뉴스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지역별 인구 위기를 장기 분석해 심각성을 알리고, 각 지역이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섭니다.
[차미숙/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국) 기초지자체들의 인구 감소나 인구 구조 변화,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정책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인구 소멸 위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계기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그래픽:박수홍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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