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후정의행진…기후위기 대응 위한 즉각적 행동에 나서자 [왜냐면]

한겨레 2024. 9. 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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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현장에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내가 정의하는 디자인은 '장식 미술'로서의 디자인을 넘어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그런데 미디어와 정부, 기업에서 말하는 기후위기는 무섭고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거나,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 녹색기술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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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기후정의행진(행진) 선포식 참석자들이 지난 8월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의 한 버스정류장에 행진을 알리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⑤
신영은 | 그래픽 디자이너·키후위키 협동조합 대표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인

디자인 현장에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내가 정의하는 디자인은 ‘장식 미술’로서의 디자인을 넘어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의 과정’이다.

활동가로 일하며 세상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나게 됐다. 이들이 주장하는 메시지는 ‘공동의 선’을 목적으로 한, 우리의 삶을 이루는 바닥이기에 모두가 해당하고 필요한 활동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운동에서 말하는 방식은 부담스럽거나 진부해서 의미 있는 활동임에도, 처음 이슈를 접하거나 이제 막 관심이 생기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일상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회운동의 말하기 방식은 듣는 대상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주체만 있는 일방적인 말하기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디자인 경험을 사회운동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하며, 사회운동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게 됐다.

참여로 완성되는 디자인

디자인 작업은 컨셉과 타깃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야 이미지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주최자 개인의 취향에 매몰되지 않으며, 설득력 있게 사용자에게 접근하여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컨셉’은 ‘메시지’로, ‘타깃’은 ‘시민’으로 대입해 보았다. 결국 사회운동이든, 디자인이든 사용자·시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확산하기 위해 활동이 이루어진다. 사용자의 공감과 확산은 산업에서는 자본의 축적으로, 사회운동에서는 시민력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를 갖고 접근한 디자인과 메시지는 사용자에 의해서 변형되거나 다르게 소화된다. 디자인에서 실용성은 주요한 조건이므로, 사용자가 참여(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디자인이 완성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운동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민들의 일상 언어와 마주쳐야 한다. 사라 아메드는 ‘감정의 문화정치’에서 “사회적 형태”는 “반복의 효과”라고 말한다. 인간 행위의 반복 효과로 기후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위를 생태주의적인 방향으로 반복하고 일상화하여 생태주의 문화가 형성된다면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아닌가?

실천하는 디자인

올해도 6월부터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됐다. 이제는 거의 매일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와 정부, 기업에서 말하는 기후위기는 무섭고 두려운 공포의 대상이거나,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 녹색기술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들의 즉각적인 행동을 주저하게 만든다.

언어는 생각으로, 생각은 행동으로 연결된다. 지금은 시민 모두가 기후위기 시대 당사자로서 생존과 삶을 향유하는 방식을 상상하며 즉각적인 행동을 벌여야 한다. 한정된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고 파괴하는 것을 멈추고, 주어진 것에서부터 삶을 꾸리기 시작해야 한다. 생명이 특정 집단과 인간만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연결돼 있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생태 감각을 형성하고, 자본보다는 서로에게 기대는 습관을 들이자. 예측불가능하고 손상된 이 시간과 공간에서 좋은 삶에 대한 사랑과 욕망을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살아 내서, 9월7일 기후정의행진에서 ‘우리들’을 만나자! 세상을 바꾸는 열쇠는 누구에게?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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