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벽 막힌 글로벌 지수 편입… 韓, 해외선 `밸류다운`

김남석 2024. 9. 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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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면제 허가'에 투자자 외면
세계국채지수 연내 편입도 좌초
시장접근성 등 질적조건 불충분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드라이브에도 외국에선 여전히 국내 자본시장을 '후진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데 이어 최근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는 '세계국채지수'(WGBI)의 연내 편입도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바클리 등이 한국이 올해 WGBI에 편입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한국 채권시장이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체인지 러셀'(FTSE 러셀)이 요구하는 선진시장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MSCI와 FTSE 러셀은 현재 한국 주식과 채권시장을 신흥시장지수에 포함하고 있다. 시가총액, 발행잔액, 상장기업 수, 채권발행 기업 수, 거래량 등 두 기관이 제시하는 '양적 조건'은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에 해당하는 '질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와 WGBI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유치, 시장 변동성 완화, 자본시장 신뢰도 향상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시장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투자기관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시장 접근성이 선진시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6월 MSCI는 한국을 종전과 같은 신흥국 지수로 분류하며 시장 접근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MSCI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항목은 외환시장 자유화와 외국인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청산 및 결제 방식, 이전 용이성 등이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는 폐지됐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MSCI는 "역외 외환시장이 부재하며 역내 외환시장의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며 "옴니버스 계좌로는 통합 거래 주문이 가능하지만 청산은 여전히 투자자 ID별로 이뤄지고, 증권 청산 목적으로 당자대월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매도 금지도 편입 불발 이유가 됐다. 과거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공매도 금지와 현재 중단된 공매도가 시장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시행한 조치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FTSE 러셀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과세와 외환시장 구조, 글로벌 투자자 예탁결제 편의성 부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제도 등이 개선돼야 WGBI 편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SE 러셀과 MSCI가 공통으로 지적한 외환시장 구조는 이미 정부가 외환시장 거래 마감 시간을 연장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자 예탁결제 편의성 역시 정부가 직접 나서 국제예탁결제기구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했지만, 아직 실제 이용 비율이 낮아 조건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용 비율이 낮은 이유는 거래 전에 먼저 한국에서 세금 면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때문으로 봤다.

정부가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과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여전히 박한 평가를 받으며 국내 시장에서 등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연초 불장과 최근 폭락장에서 상승률은 낮고, 폭락 이후 회복세는 더딘 것에 시장의 낮은 신뢰도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근 이틀간 폭락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1조5673억원의 자금을 뺐다.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 국민연금도 최근 내부 검토에서 해외 주식보다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이 높은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비중을 0%로 줄이는 게 적절하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개인 투자자들마저 수익률이 높은 미국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금융기관에서 한국이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단순하게 새로운 제도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시장접근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외 금융기관이 한국 자본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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