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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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100여개의 단어를 구사했고, 수십개의 다른 물체를 알아보았다.
알렉스는 앵무새였다.
그런데 앵무새 알렉스는 목소리로 대화를 했다.
알렉스는 언어를 이해했을까? 앵무새는 정말 사람의 말을 할까? 단지 흉내 낼 뿐이라는 의견도, 알렉스 정도 되면 사고 능력이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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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는 100여개의 단어를 구사했고, 수십개의 다른 물체를 알아보았다. 색상과 모양을 구별했고, ‘크다’, ‘작다’, ‘위’, ‘아래’를 이해했다. 수를 셌고, 간단한 덧셈도 했다. 알렉스의 똑똑함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알렉스는 앵무새였다.
2007년 9월6일, 알렉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숨진 채 자기 우리에서 발견되었다. “잘 있어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 전날 밤 남긴 말이 그의 유언이 됐다. 알렉스의 부고 기사가 여러 미국 신문에 실렸다.
언어는 인간만의 것일까? 글쎄, 언어를 이용해 인간과 대화하는 동물이 가끔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던 고릴라 코코의 이야기를 나는 앞서 칼럼에 소개한 적 있다. 코코는 수어를 배웠다. 손으로 대화를 했다. 그런데 앵무새 알렉스는 목소리로 대화를 했다. 그래서 특별하다.
알렉스는 언어를 이해했을까? 앵무새는 정말 사람의 말을 할까? 단지 흉내 낼 뿐이라는 의견도, 알렉스 정도 되면 사고 능력이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알렉스 때문에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이 논의가 흥미로운 이유는, 요즘 인공지능에 관한 논쟁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챗지피티(GPT)나 클로드 같은 생성 인공지능은 단지 인간의 언어를 흉내만 내는 걸까, 아니면 인간처럼 생각할 능력이 있는 걸까? 알렉스가 생각하는 힘을 가졌다면, 인공지능 역시 사고력과 창의력이 있다고 봐야 할까? 나는 궁금하다.
사과할 줄 안다는 것, 알렉스의 특별한 능력 가운데 하나다. 알렉스는 평소에 자기가 ‘집주인’이라고 여기고 사람들한테 이런저런 명령 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연구원이 짜증을 내면 알렉스는 ‘미안해요’(I’m sorry)라는 말을 하며 화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고집을 부리고 비협조적으로 굴다가도 ‘미안해요’라는 말을 하고 곧 사람들과 협조했다는 것이다. 자기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했고, 상황에 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의미.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앵무새 알렉스가 더 영리하지 않았을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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