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를 클릭하며 [슬기로운 기자생활]

박지영 기자 2024. 9. 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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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넘치고 창의력과 표현력이 유창해집니다. 특히 말이나 글, 그림 등의 표현에 평소보다 유창해지므로 본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껏 표출하기 좋습니다. 오늘의 운세 84점."

'오케이, 자신 있게 발제 가즈아!' 지난 7월2일 한겨레 누리집에 '하루 한번 한겨레 운세' 서비스가 시작된 뒤로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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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박지영 | 산업팀 기자

“에너지가 넘치고 창의력과 표현력이 유창해집니다. 특히 말이나 글, 그림 등의 표현에 평소보다 유창해지므로 본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껏 표출하기 좋습니다. 오늘의 운세 84점.”

‘오케이, 자신 있게 발제 가즈아!’ 지난 7월2일 한겨레 누리집에 ‘하루 한번 한겨레 운세’ 서비스가 시작된 뒤로 매일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새로운 이용자 유입, 지속적인 이용자 방문 등을 목표로 한겨레는 창간 이래 처음으로 운세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한다. 보통 매일 아침 그날 쓸 기사 아이템을 10문장 안팎으로 요약한 형태의 ‘발제’를 팀장에게 보고하기 전 확인하는 편인데, 80점이 넘는 오늘의 운세 결과를 받아 들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곤 한다. 그 이하인 점수가 나오면?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은 쓸데없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실수하지 말아야지’ 등등의 소소한 다짐으로 참고만 하는 편이다. 운세와 더불어 해당 서비스로 타로도 볼 수 있고, 그날 기운에 맞는 음식 메뉴 추천까지 받을 수 있어서 꽤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편이다.

반면, 동료 기자 ㄱ은 가끔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지만, 이제는 일부러 보지 않는다고 한다. 운세가 안 좋게 나오면 “괜히 신경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대인관계나 업무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을 암시하는 내용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 내내 본인의 말과 행동에 제동이 걸린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9시 카드사로부터 강제로(?) 오늘의 운세 알림을 받는다는 선배 ㄴ은 나와 마찬가지로 그날 운세에 따라 아침 기사 아이템 발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어 그는 “기자 인생이 너무 예측불허, 발생투성이라 운세에 의지하는 게 아닐까”라며 “원래 샤머니즘은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건 버리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 혹은 사소하거나 중대한 실수를 거듭하면서 어쩌면 기자는 ‘일희일비’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얀 도화지 같은 나의 무식함과 기사 한 문장 쓰고 고치길 반복하다 마감 시간에 허덕이는 일을 반복하는 탓에 슬프고 괴로운 날들이 더 많지만, 가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루 이틀 정도는 꽤 행복한 기분으로 일상을 보낸다.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자라는 직업의 무게에 짓눌려 기자이길 포기하는 순간을 피하고 싶은 다짐에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내용은 적극적으로 취하고, 나쁜 건 참고만 하는 ‘하루 한번 한겨레 운세’ 서비스는 슬기롭게 기자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고민 해결, 목표 달성… 진행하는 업무가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자매, 친구,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고민을 해결하거나 업무를 진전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운세 84점.”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 연속으로 80점이 넘는 점수가 나왔다. 그것도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업무가 진행된다니! 하지만 좋은 날이 있으면, 출입처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발생하거나 실수를 저지르는 날도 찾아오는 법.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겸손함을 가슴에 새기며 또 하루를 시작해본다.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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