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서 비틀스 노래 심취한 17세 소년이 일가족 3명 살해

신창용 2024. 9. 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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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17세 소년이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현지 사회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일 새벽 밀라노 인근의 파데르노 두냐노에서 소년 아버지의 51번째 생일 파티가 끝난 뒤 벌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를 제압해 살해했다는 소년의 진술과는 달리 그의 몸에서는 몸싸움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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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유대 중시하는 이탈리아, 깊은 충격에 휩싸여
뚜렷한 동기 없어…'무너진 가족관계' 우려 목소리 커져
비극이 발생한 주택 앞에 놓은 추모 조화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17세 소년이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현지 사회가 깊은 충격에 빠졌다.

5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일 새벽 밀라노 인근의 파데르노 두냐노에서 소년 아버지의 51번째 생일 파티가 끝난 뒤 벌어졌다.

리카르도 C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17세 소년은 모두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동생에 이어 부모를 살해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어머니와 남동생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 아버지를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제압해 살해했다는 소년의 진술과는 달리 그의 몸에서는 몸싸움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계속된 추궁에 소년은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며칠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며 "가족을 죽이면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틀스의 노래 'The Long and Winding Road'(길고도 험한 길)에 심취해 있었다는 진술도 했다.

그는 범행을 준비하면서 노래 속 가사인 "Many times I've been alone, and many times I've cried(내가 혼자였던 많은 시간들, 그리고 내가 울었던 많은 시간들)"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것도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당시 아버지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던 조부모, 삼촌, 사촌 등은 소년에게서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동급생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매우 평범한 가정의 친절하고 세심한 친구였다"며 "리카르도는 친구를 빨리 사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따뜻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전날에도 리카르도에 대한 신문을 이어갔지만 뚜렷한 살해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이탈리아 사회는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각종 방송매체와 신문은 가족의 위기를 지적하며 갖가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사회학자인 마시모 크레페트는 일간지 일메사제로에 "가족 간의 유대가 산산이 부서졌다"며 "이탈리아 부모의 절반은 토요일 밤에 자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심리학자 마테오 란치니는 이탈리아 사회의 동요에 대해 "부모들은 '혹시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라고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담론에 뛰어들었다.

그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우리는 새로운 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장기간 고립과 소셜미디어(SNS) 중독이 결합해 발생한 비극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그러나 란치니는 자녀의 비뚤어진 행동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SNS 중독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에게 '잘 지내니'라고 묻는 것으로 부모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치안 판사인 사비나 디타란토는 어딘가에 또 있을지 모르는 리카르도와 같은 청소년을 도우려면 먼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논의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한 청소년을 도우려면 이들이 부모의 허락 없이 학교의 심리학자를 만나 상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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