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올라선 안되는 상황”… 가계대출 단도리 나선 경제금융 수장들
당국, 은행 강하게 압박나서
실수요자 ‘대출 절벽’에 울상
금융당국 오락가락 메시지
대출시장 혼란 가중시켜
최상목·이창용·김병환·이복현
규제 강화 단일한 목소리 낼듯
5일 금융권에 따르면 6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여 F4 회의를 개최한 후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통일된 목소리를 낼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일단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의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도 되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가계대출을 못잡으면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일관되게 강한 정책을 쓰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의 보호에 대한 메시지도 있을 수 있다. F4 회의와는 별도로 금감원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부행장 및 본부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여기에서 실수요자 대출 보호 대책을 논의하고, 특히 ‘실수요자’를 정의·분류하는 방안도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7000억원 가량 줄면서 안정적 모습을 보였으나, 4월 5조원 넘게 늘어났고, 5월 6조원이 증가했다. 금융위원회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총부채원리금 2단계 를 통해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규제의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미루면서 8월에는 9조3000억원이나 가계대출이 폭증했다.
문제는 이것이 주택 가격의 추가 상승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이후 은행권을 압박하며 대출 관리를 주문해왔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금융위 대신 감독기관인 금감원이 선봉에 나서 메시지를 내면서 압박은 받은 은행들이 섣부른 방안을 내놨고, 이는 대출증가에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시장 혼란을 유발하기도 했다.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각 은행별로 쏟아져 나온 대출 금리 인상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이 가장 쉽고 빠른 대출관리 방인인 가격(대출금리) 인상을 선택했지만, 부동산 경기에 자극을 받은 대출 수요를 잡는데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한 방송사에 출연해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게 아니다. (은행에 대해)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압박했다. 이에 놀란 은행들은 곧바로 가격 인상을 멈추고 대출을 내어주는 조건을 까다롭게 바꿨다. 우리은행의 경우 1주택자에게도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규제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상황이 빚어졌다. 입주가 예정된 재건축 단지 등에서는 주변 은행에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이 지난 4일 다시 “정상적인 주택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을 받아선 안된다”고 말하자 은행들은 물론 시장마저 혼란스러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감원은 최근 각 은행권의 연초 가계부채 목표액 대비 현재 잔액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올렸다. 금감원의 주문대로라면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규모를 1조 8000억원, KB국민은행은 1조 5000억원 줄여야 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9000억원, 6000억원씩 가계대출 잔액을 축소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대출 수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만한 조치로 내놓은 것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정도다. 지난 4일에는 이 원장이 직접나서 “DSR 2단계 시행만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어렵다”고 공언해 추가 대출규제의 도입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DSR·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와 DSR 3단계 조기 시행, 개인 신용대출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적용 등이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대출 수요를 억누를 금융당국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시장의 혼선을 키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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