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K-푸드, 어떻게 세계를 홀렸나

이상현 2024. 9. 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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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구리·과일소주·달고나·떡볶이 등 인기
BBQ·교촌치킨 등 해외서 접점 확대 나서
K-팝·드라마·영화 한류 타고 인기몰이중
베트남 현지 식당에서 소비자들이 한국의 과일 소주를 즐기고 있는 모습. 하이트진로 베트남 기자단 제공
삼양의 불닭 제품 라인업. 삼양식품 제공
BBQ의 첫 해외 플래그십 매장인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 BBQ 에스카주몰점. 제너시스BBQ 제공
뚜레쥬르의 캐나다 1호점인 '캘거리(Calgary)점' 모습. CJ푸드빌 제공

한국에서 수출하는 'K-푸드'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선봉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라면부터 시작해 김치, 가정간편식(HMR), 한국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치킨 브랜드, 심지어 주류까지 일부 제품은 품귀현상으로 없어서 못먹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 소비자라면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음식들이지만 전혀 생소한 외국 소비자들은 왜 K-푸드를 좋아하는 걸까.

◇한국 음식, 외국서는 '하나의 문화'

먼저 매년 수출이 늘고 있는 라면은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가 이끌고 있다. 농심의 신라면 역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라면 중 하나다.

이들이 한국 라면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라면은 외국인들이 먹기엔 상당히 매운데 왜 이렇게 수출이 잘 되냐는 질문에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식사를 위한 제품이라기보다 때로는 파티에 들고가서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명인들이 한국 라면을 소비하면서 인기에 불이 붙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유명 래퍼인 카디비(Cardi B)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화제가 됐다. 카디비는 차로 30분을 운전해 해당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한국산 인스턴트 라면이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던 코로나19 기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집에서 빠르고, 맛있고, 가성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았던 것 또한 세계적인 '라면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농심의 신라면은 지난 5월 월마트의 틈새 아시아 코너에서 주류 식품쪽으로 상품 진열이 옮겨지기도 했다. 그만큼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도 현지 맞춤형 레시피 등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농심 미국 법인은 신라면을 치즈나 우유를 조합해 먹는 영상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날씨가 더운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의 과일 소주가 인기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쓴맛이 강한 일반 소주보다는 상큼한 맛의 과일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야외 주점에서 베트남의 젊은 소비자들이 한국의 과일 소주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국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베트남에서는 이를 모방한 소주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K-푸드 인기 배경은?…K-드라마·음악·영화 '지원사격'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은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먹고 마시는 음식들에 대해 현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궁금함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K-팝의 인기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K-푸드 해외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돌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음식은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2021년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오징어게임'은 당시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덩달아 해당 콘텐츠에 소개됐던 '달고나'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극중 주인공이 먹던 '짜파구리'가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짜파게티 제조사인 농심은 당시 다양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안내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짜파구리를 적극 알렸다.

◇기업들, 매장·수출국 늘리고 '소비자 접점 ' 확대

기업들 역시 해외에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기 위한 접점들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BQ, bhc, 교촌은 해외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BBQ는 2003년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현재 전세계 57개국에 700여개 매장을 오픈한 상태다.

교촌치킨 역시 지난해 2분기 66곳이던 해외매장을 올해 2분기에는 73곳으로 늘렸고, bhc도 5개국에서 총 23곳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BBQ 브랜드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지난 7월 뉴욕의 심장, 세계의 교차로라 불리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와 함께 '원바이트투코리아 캠페인'을 전개했다.

제너시스BBQ는 이곳에서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판매하고 있는 황금올리브 치킨과 시크릿 양념치킨 윙 부위 샘플과 에코백 등을 현지인들에게 전달하고 한국의 치킨 문화를 미국에서 적극 알렸다.

K-베이커리(빵) 또한 해외에서 인기가 많다.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에 따르면 미국 내 뚜레쥬르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 이미 100호점을 넘겼고 지난해 처음으로 캐나다에도 1호점을 오픈했다. 또 올해 연내에는 싱가포르점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트 또한 북미 지역에서 180여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20여개 가맹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83개의 신규 계약이 체결되는 등 확장 속도가 무섭다. 파리바게뜨도 미국 가맹사업을 더욱 체계화, 고도화해 성공적인 글로벌 가맹사업 시스템을 마련하고, 매장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외국에서 한국식 빵집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빵집과 차별화된 전략 때문이다. 한국 베이커리 브랜드의 경우 수십개, 혹은 100개가 넘는 다양한 빵들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담아 계산대에 가져가서 계산하는 방식인데, 이 점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기존 매장들의 경우 이런 방식을 채택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기업 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인 '비비고 상온떡복이'의 수출 국가를 올해 초 29개국에서 2분기 41개국으로 늘렸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tvN 예능 프로그램인 '서진이네2' 촬영지인 북유럽 아이슬란드에서 출연진들이 해당 제품을 먹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유럽 내 K-스트리트 푸드 인기가 급증하면서 비비고 상온떡볶이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고 말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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