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더 뜨거워진 글로벌 AI 경쟁, 민관 힘 합쳐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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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AI 물결을 거스르면 글로벌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연초 AI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을 'AI 국가주의 시대'로 표현한 바 있다.
로버트 트래거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AI거버넌스 디렉터는 AI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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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떨어지면 들러리 전락할 것
본지가 5일 주최한 'AI월드 2024'에서도 AI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와 함께 국가적 대비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로버트 트래거 옥스퍼드대 마틴스쿨 AI거버넌스 디렉터는 AI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트래거 디렉터가 대표적인 AI 국가주의로 지목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그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AI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며 그 일환으로 500억달러를 반도체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국들도 최근 정부 주도 아래 AI 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한다. AI는 잘 활용한다면 인류문명을 진화시키는 긍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국가 간 경쟁 관점보다는 AI 활용에서 독점을 견제하고 누구나 접근이 용이하도록 글로벌 안전 표준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AI 거품론이라는 경계령이 내려진 것도 사실이다. 미국 엔비디아의 실적이 좋았지만 주식시장은 AI 시장 불확실성 탓에 악영향을 받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AI에 단행했지만 과연 수익을 거둘 만큼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 탓이다. 그럼에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AI 지원제도 마련과 투자 집행에 여념이 없다. 예전 첨단기술과 달리 AI는 확실한 빅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AI 국가주의는 인류공존이라는 대의적 명분보다 한 국가와 기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한국이 AI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 선두그룹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한국의 AI 경쟁력은 상위권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전 세계 세번째로 초거대 AI모델을 개발했다.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 강점을 보이는 제조업에서도 AI를 잘 접목하고 있다.
그래도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된다. AI의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세계 최강이 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미국, 중국 같은 'AI 열강'이 시장을 원천적으로 장악하고 AI 산업을 무기화한다면 신식민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섬뜩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 프랑스, 중동 역시 AI 육성에 적극 나서는 다크호스 국가로 꼽힌다. AI는 한 국가의 기술, 일자리, 교육뿐만 아니라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정신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압도적인 AI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영원히 시장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AI를 둘러싼 거친 경쟁에서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가려면 패권 경쟁이 치열한 AI 산업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확장, 데이터 확보 및 보호, 인재 육성과 같은 필수 정책에 신속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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