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암초...홍역 앓는 지역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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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영화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대전시가 해당 영화제를 주관하는 대전여연에 전화와 공문을 통해 "대전여성문화제의 일부 프로그램인 여성영화제 상영 작품 중 일부에 대해 언론 보도 및 민원 제기 등 논란이 있다"며 "지방보조금의 보조사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변경 등 보완해 시행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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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영화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예산 문제와 특정 작품 배제 등으로 지역 영화제가 잇따라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돌파구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5일 대전시와 대전여성연합단체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달 30일 '양성평등주간 기념 대전여성영화제'의 특정 상영작 배제를 요청했다.
대전시가 해당 영화제를 주관하는 대전여연에 전화와 공문을 통해 "대전여성문화제의 일부 프로그램인 여성영화제 상영 작품 중 일부에 대해 언론 보도 및 민원 제기 등 논란이 있다"며 "지방보조금의 보조사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변경 등 보완해 시행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해당 작품은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를 원작으로 둔 동명 영화로, 성소수자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홀몸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문제는 대전시의 태도다. 행사 주최사에 상영작 배제를 요청하기 이틀 전까지 해당 작품을 보도자료에서 소개하는 등 홍보에 적극적이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꿨다.
대전시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등에서 '동성애 소재가 들어가는 영화를 양성평등주간에 상영할 수 있느냐'는 민원이 들어와 주최사와 만남을 가졌다"며 "주최사에 콘텐츠 변경을 요청했으나 주최사는 '보조금을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지역 영화계는 즉각 반발했다. 공공기관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뜨렸다는 이유다.
박철웅 목원대 연극영화영상학부 교수는 "대전시가 상영 중지를 요청한 작품은 이 땅의 소수자를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다"며 "단순히 성소수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건 인권에 유배된다. 이와 관련 여러 단체에서 연락이 오는데 대전의 문화 행정 수준이 낮다는 데 창피함을 느낀다"고 분노했다.
앞서 대전독립영화제와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등 대전을 대표하는 지역 영화제가 줄줄이 위기를 맞는 만큼 지역 영화계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20년 이상의 역사를 갖춘 두 영화제는 올해 대전에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전독립영화제는 지난해부터 관련 지원 공모사업에 2년 연속 탈락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고,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는 행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사유로 '탈 대전'을 선언했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문화예술은 일방적인 지도 편달에 따라 발전하지 않는다. 이는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양성평등을 운운하며 그리스로마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일화처럼 틀에 맞지 않는다고 (예술인들의) 팔다리를 잘라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이경수 대전여연 상임대표는 "보조금이라는 공적자금은 소외된 자들이 다양한 정책과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문화예술을 제재하는 목적으로 공적자금을 휘두르는 것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대전여연은 이날 시민 모금을 통해 대전시 보조금 없이 영화제를 정상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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