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경영권 분쟁에 주가 `후드득`… 개미만 `피눈물`

신하연 2024. 9. 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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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분쟁' KIB플러그에너지
43억 규모 금융사고에 7%이상↓
비피도·이화전기 등도 거래정지
[사진 연합뉴스]

기업 내 횡령·배임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피해를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KIB플러그에너지의 경우 최근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KIB플러그에너지는 최근 한 달(8월5일~9월5일)새 14% 넘게 하락했다. 특히 주가는 지난달 28일 43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공시한 이후 6거래일간 7% 이상 빠졌다.

KIB플러그에너지의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통상 횡령 및 배임은 시장의 악재성 정보로 받아들여진다.

코스닥 건강기능식품업체 비피도는 최근 80억원 규모의 횡령 발생을 확인,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현재 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이화전기 등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 3곳도 회사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5월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횡령이나 배임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주식거래를 중지시키고, 개선기간을 부여한 이후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일반 주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셈이다.

KIB플러그에너지의 경우 단순 배임·횡령 사건과 달리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횡령·배임 공시 고소인은 2023년 7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가 올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천씨다. 피고소인은 허성호 대표와 지난해 7월 임시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최수현 기타비상무이사 등 3명이다.

회사는 지난 3월 정기기주주총회 부의안건으로 천 전 사외이사 해임안을 상정했으나 천 씨는 즉시 KIB플러그에너지에 이사회결의효력정지 및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해임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대표 및 사외이사 간 경영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일반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KIB플러그에너지 주가는 연초 이후 44% 넘게 하락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KIB플러그에너지의 소액주주는 1만2381명으로 전체 지분의 59.01%를 보유하고 있다.

올 1~2월 주가가 50% 급락(1월30일 778원→2월1일 386원) 발생한 주가 급락도 당시 최대주주였던 최대주주인 케이아이비인프라홀딩스와 관계사 케이아이비큐로인수목적 제1차·제3차·제4차 등이 보유 지분의 대부분을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3거래일에 걸쳐 총 3413만6987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촉발됐다.

최대주주 문제도 복잡하다. KIB플러그에너지는 지난해 5월부터 1년 사이 최대주주가 2차례나 변경됐다.

2023년 7월 큐로컴 등으로부터 KIB플러그에너지의 구주를 인수한 케이아이비에너지인프라홀딩스(23.14%)와 케이아이비패밀리블라인드(6.67%)로, 그리고 올해 6월에는 오픈아시아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전 최대주주였던 케이아이비에너지인프라홀딩스는 사모펀드사 KIB PE(프라이빗에쿼티)가 지난해 말 바꾼 사명이다.

특히 KIB PE의 실사주인 김인석 씨는 대표를 지낸 이지미디어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상황이라 KIB플러그에너지가 지난해 밝힌 이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 계획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친누나 랜디 저커버그를 사외이사에 선임한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KIB PE는 지난 2022년 말 코스닥 상장사 자이글 지분 5%를 매입한 후 미국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업에 나선다고 공언하면서 주가를 띄웠다. 이후 시가총액이 3달여 만에 4배 가량 성장하자, 돌연 지분을 내다 팔고 차익을 실현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편 현 최대주주인 오픈아시아컴퍼니는 추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난달 30일 기준 KIB플러그에너지 지분 11.44%를 들고 있다. 여기에 엠스퀘어글로벌이 지난 8월 주식을 대량 매집하며 지분을 7.47%까지 확보, 단숨에 2대주주로 오르며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개인 주주들 사이에서는 개인 지분을 털어내기 위해 주요 주주들이 주가를 하락시키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KIB플러그에너지 종목 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지분 보유 관계 기업들이) 개인 물량을 기름 짜듯이 쥐어 짜내고 있는 상황인데, 절대 허무하게 내어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는 기술력도 높고 재무상태도 문제가 없다"면서 "공작질에 개인물량을 내어주지 말고 나중에 제 값 받고 팔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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