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소 중립’ 정의로운 전환에 석탄발전 노동자는 왜 빠졌나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이 계획으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다. 5일 민주노총 발전비정규노조와 한국노총 한전산업개발노조의 실태조사를 보면, 한전산업개발에서 2021년부터 3년 반 사이 전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42명이 퇴사했다.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퇴사자가 총원의 50.1%인 449명에 달했다. 석탄발전소가 지역 내 가장 큰 기업이었기에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기후위기를 막을 산업 전환의 결과는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이어야 하는데, 전환 책임을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떠안고 있다.
이런 퇴사 러시는 정부가 2020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위기감이 컸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지난해 1월 발전비정규직 2003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불안 인식은 79.2%(2022년)에 달했다. 응답자 83%는 고용보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문제는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을 공언하고도, 뒷짐 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취업 교육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발전공기업과 협력사 등에 떠넘기는 식이다. 한 하청노동자는 “여름이니 아이스크림 공장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국회는 지난해 10월24일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지만, 준비는 미흡하다. 발전소 노동자들을 위해 교육 지원과 일자리 소개 수준에 그치는 정도다. 소멸할 지역에 대한 방안도 없다. 노동자·지역 주민의 집단행동이 터져나올 때까지 불씨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발전소만 줄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노동자들조차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정부는 논의 구조에서 노동자들을 제외하는 ‘부정의’를 범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길에서 전환 충격을 줄이려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취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재교육 등 뻔한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7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시민들의 ‘기후행진’이 열린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이들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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