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앵커 "군의관 투입하면 군인 괜찮나" 동아일보 "현실인식 없어"

조현호 기자 2024. 9. 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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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해소 위해 군의관 투입? '땜질처방' 한목소리
박민수 차관 "숙련된 인력 아냐…언론, '붕괴' 표현 자제하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조현용 MBC 앵커가 4일 저녁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에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군의관을 투입한 것을 두고 군의관 투입하면 군인은 괜찮나라며 국민에 필요한 건 정부지 승부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정부가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군의관을 투입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MBC 앵커가 “군의관을 투입하면 군인은 괜찮으냐”며 “국민들에 필요한 건 정부지 승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땜질식 처방”이라며 “대통령실이 객관적인 현실인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15명을 투입한다고 했으나 실제 출근한 군의관은 6명 뿐이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도 군의관이 숙련된 인력으로 보기 어렵고 투입해도 정상진료가 될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언론과 정치권에 응급실 붕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수지 MBC 앵커는 4일 저녁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에서 “정부가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250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응급진료에 투입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라고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용 앵커는 “그런데 이들이 자리를 비우면 의사가 필요한 군인들은 괜찮을까요, 의료 취약지는 또 어떻게 할까요”라며 “권한을 가진 이들에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 판단하고, 잘못은 바로잡아야 할 의무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앵커는 “의료대란을 겪는 국민에게 필요한 건 정부이지 승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TV조선은 '뉴스9' <군의관 250명 투입…정상 운영은 '아직'>에서 정부가 병원에 군의관 15명과 공보의 2명을 급파한 것을 두고 “하지만 해당 병원들은 당장 응급실 운영을 정상화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정부는 9일까지 군의관과 공보의 235명을 추가 파견한다는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파견이 장기화되면 군부대와 농어촌 지역에서 의료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 <권역센터 40% '셧다운' 위험… 군의관 투입 '땜질'론 감당 못한다>에서 “보건복지부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 중 18곳(41%)을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중단할 위험이 있는 응급실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간 응급실이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려 오긴 했지만, 의대 증원 이후 전공의 집단 사직과 전문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이런 상황인데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공의들이 빠져서 의사 수가 부족한 부분을 군의관, 공중보건의 등을 투입해 잘 보완해 가고 있다”, “응급실이 붕괴돼서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실의 인식이 이러니 여당 내에서도 '국민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대통령실과 정부 설명과는 다른 것 같다'며 대통령이 잘못된 보고를 받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4년 9월5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응급실 대란을 의료 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집단 반발, 언론의 비협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니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내놓는다”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는 7개월 동안 정부는 사실상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인 현실 인식 없이 어떻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YTN는 4일 밤 '뉴스나이트' <“군의관 큰 도움 안돼...버틸 수 있을지 의문”>에서 의료 현장책임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수진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인터뷰에서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들을 정부에서 파견을 보내는데 실제로 응급의학과에서 전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없고 실제로는 도움이 그렇게 크게 되지는 않는다”며 “남은 6개월, 추석이 지나면 또 설이 있다. 그 기간을 우리가 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계속 되고 있다는 뉴스들도 속출했다. 김현우 SBS 앵커는 4일 '8뉴스' <수도권으로 북상하나‥'응급수술 제한' 내부 지침>에서 “명절 연휴를 앞두고 전국 일부 병원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몇몇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별도의 외부 공지 없이 응급 수술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SBS는 리포트에서 “405곳의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현장의 체감과는 온도 차가 있다”며 “응급실 문을 열고 있다 해도 환자를 제한적으로 받는 정황이 확인되는 병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BS는 수도권의 A 대학병원 응급실이 환자들에게는 따로 공지하지 않고, 일주일 전부터 밤 10시 이후 응급 수술을 잠정 중단했고, 권역응급센터를 둔 서울의 B 대학병원도 야간과 휴일에 타 병원의 수술 환자는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민용 JTBC 앵커도 '뉴스룸' <전국에 걸친 '운영위험 응급실'> 앵커멘트에서 “응급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가 응급실 중 특히 위험한 25곳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 했는데 그곳들이 어딘지, 또 어떤 상황인지 저희가 확인해 보니 이런 '위험 응급실'은 전국에 걸쳐 있었고 응급의료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권역응급센터가 60%가량이나 됐다”고 보도했다.

▲한민용 JTBC 앵커가 4일 저녁 뉴스룸에서 전국에 운영위험을 겪고 있는 응급실 25군데 중 60%가 응급의료 최후의 보루인 권역응급의료센터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김주하 MBN 앵커는 '뉴스7' <응급실 파행…군의관 절반만 나와> 앵커멘트에서 “응급실 파행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의 절망도 깊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군의관 250명 가운데 15명을 일부 병원에 긴급 투입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얼마나 왔는지 알아봤더니 첫 출근에 나선 군의관은 6명에 불과했다. '긴급 투입'했다더니, 환자들만 다급했던 걸까”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4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날부터 군의관 8차 파견을 시작한다”며 “8차 파견 군의관 총 250명 중 15명은 의료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집중관리대상 의료기관 5곳에 오늘 배치된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이라고 했다.

군의관과 공보의의 전문성 미흡 우려가 제기된다는 질의에 박 차관은 “군의관은 전문의가 있다 하더라도 전공의를 막 마친 그런 전문의”라며 “교수급의 그런 숙련된 인력이라고 보긴 좀 어려워서 촉탁의나 교수의 역할을 100% 대체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박 차관은 “주 근무자를 도와서 일을 분담할 수 있다, 현장의 압박감을 줄이는 데 도움 줄 수 있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차관은 “군의관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정상 진료가 될 것이냐, 이 부분은 저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군의관을 투입해 정상 진료를 하도록 유도하겠으나 불가한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4일 응급의료 대응 브리핑에서 언론과 정치권에 의료붕괴와 같은 선동적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 갈무리

박 차관은 '응급실 붕괴'라는 표현을 두고 “응급의료체계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의료체계가, '붕괴'라는 표현은 굉장히 두려운 표현 아니냐. 의료체계 다 문을 닫는다는 거로 이해되는데, 현실은 그런 거는 아니다”라며 “여러 노력들이 종합적으로 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과도하게 '붕괴'라든지 선동적인 용어나 이런 것들은 자제해 주시기를 정치권과 언론계에도 요청드린다”며 “정부가 설명드리는 객관적인 팩트에 근거해서 정확하게 표현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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