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최초? ‘KF-21 시험비행조종사’만 있을 뿐”

권혁철 기자 2024. 9. 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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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첫 도입을 목표로 체계개발이 한창인 한국형 전투기 케이에프(KF)-21 보라매의 첫 여군 시험비행조종사가 나왔다.

공군은 5일 공군시험평가단 제52시험비행전대 소속인 정다정 소령이 지난 4일 오전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첫 평가임무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은 시험비행조종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KF-21의 여러 계통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는 지상학술평가, 시뮬레이터 평가, 시동 및 지상활주 평가, 실비행 평가 등을 모두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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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소령 여군 첫 시험비행조종
개발 중 항공기라 베테랑이 맡아
정다정 소령이 지난 4일 오전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첫 평가임무에 나섰다. 공군 제공

2026년 첫 도입을 목표로 체계개발이 한창인 한국형 전투기 케이에프(KF)-21 보라매의 첫 여군 시험비행조종사가 나왔다.

공군은 5일 공군시험평가단 제52시험비행전대 소속인 정다정 소령이 지난 4일 오전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첫 평가임무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시험비행조종사는 단순한 항공기 조종이 아니라 개발 중인 항공기의 성능과 운용 가능성, 안전성을 시험·평가하는 일이라, 베테랑 조종사가 맡는다. 8명인 KF-21 시험비행조종사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1300여 시간을 비행한 정 소령은 지난 2019년 여군 최초로 개발시험비행 교육과정에 선발되어, 11개월의 국내 시험비행 교육·훈련 그리고 9개월간 해외 비행시험학교에서 실무연수과정을 마친 후 시험비행조종사가 됐다.

정 소령은 시험비행 조종사가 된 계기를 KF-16 조종사로서의 경험을 들었다. 정 소령은 “주기종인 KF-16도 훌륭한 전투기지만, 조종하다 보면 ‘이건 이랬으면’, ‘저건 저랬으면’ 싶은 경우가 많았다”며 “한국형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 조종사들과 최적의 콤비를 이룰 좋은 전투기,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할 강력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현직조종사로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험비행 조종사의 길은 어려웠다. 연구 혹은 개발 중인 무기체계가 어떤 조건에서도 정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에서 고난도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엔진을 껐다가 다시 켜서 비행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종 불능 상태로 빠뜨린 뒤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임무도 해야 한다. 항공역학, 전자 제어법칙, 항공무기체계에 대한 공학적 지식도 해박해야 했다. 매번 이론을 공부하고, 시험비행계획을 수립하고, 비행에 적용해보며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KF-21 전투기에 탑승한 정 소령이 임무에 나서며 정비사들에게 엄지를 치켜올리는 모습. 공군 제공

KF-21이 개발 중인 전투기인만큼 기본적인 비행운영 절차, 규정, 교범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 계속 수정되고 같은 장비에 대한 사용법도 어제와 오늘이 달라졌다. 동료 조종사들뿐만 아니라 개발사 엔지니어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필수였다.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은 시험비행조종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KF-21의 여러 계통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는 지상학술평가, 시뮬레이터 평가, 시동 및 지상활주 평가, 실비행 평가 등을 모두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정 소령은 지난 8월23일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을 얻었다.

그는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 획득 과정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 여름철 갑작스러운 뇌우 속에서 KF-21을 비행했던 때를 꼽았다. “이륙하고 15분 정도 지나고 기지 일대에 뇌우경보가 있다는 소식에 급하게 복귀해야 했다. 비를 뚫고 착륙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체로 악천후 속에서 착륙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후방석 교관 조종사의 조언을 들으며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는데, 이 경험으로 비행임무에 있어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전천후 전투기로서 KF-21의 우수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소령이 탑승한 KF-21 전투기가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며 이륙하고 있는 모습. 공군 제공

그는 ‘여군 조종사로서 힘들었던 점은 있느냐’는 질문에 “여군이라서 어려웠던 점은 없다. 그 누구라도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군 최초의 KF-21 시험비행조종사’는 없다. ‘KF-21 시험비행조종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소령은 “‘우리가 처음이다! 끝까지 안전하게!’가 제가 속한 제281시험비행대대 구호다. 공군 조종사로서 끝까지 안전하게 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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