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카르텔 돈 받아 선거", 영부인 출신 온두라스 대통령 사임 압박

영부인 출신 시오마라 카스트로(사진·64) 온두라스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마약 밀매 카르텔 자금을 받은 정황으로 강한 사임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프렌사와 스페인어권 TV방송 우니비시온은 카스트로 대통령의 시숙(남편의 형제)인 카를로스 셀라야 전 의원이 지난 2013년 지역 카르텔 갱단원과 대선 캠프 자금을 협상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셀라야 전 의원이 갱단과 접촉해 대화하는 당시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우니비시온이 범죄전문 사이트 '인사이트 크라임'과 함께 확보한 37분 분량 '스파이 캠' 동영상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해당 영상은 갱단원의 시계에 설치된 장치에 의해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니비시온은 셀라야 전 의원이 이 자리에서 최소 65만 달러(약 8억6000만원)의 자금을 받을 날짜와 장소에 대해 상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련 자금이 카스트로 선거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는 게 우니비시온과 인사이트 크라임의 분석입니다.

좌파인 카스트로 대통령은 그해 선거에선 보수파의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에 밀려 낙선했지요. 4년 뒤 선거에서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연임)에 패한 카스트로는 2021년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온두라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지요.

그의 남편은 2009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71) 전 대통령입니다. 갱단원과 만난 카를로스 셀라야는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동생입니다.

이번 동영상 공개로 카스트로 대통령은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간 "마약 밀매와 부패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과거 정권과는 다른 청렴성을 앞세웠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약 밀매에 관여한 죄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돼 최근 징역 45년 형을 받은 '정치적 라이벌'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비견되며 지지율 견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이번 사태로 정권 유지 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됐습니다.

가브리엘라 카스테야노스 온두라스 국가부패방지위원회(CNA)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서한문 형태의 글에서 "가족이 얽힌 심각한 의혹을 고려할 때 카스트로 대통령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파문은 그가 미국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 중단을 선언한 것과 맞물려 논란을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온두라스 전 국방부 장관과 베네수엘라 국방부 장관 간 면담을 '온두라스 고위 관리와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업자 간 회동'이라고 묘사한 자국 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범죄인 인도 협약을 파기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