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집값… 냉랭한 건설경기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물량 쌓여
업계 실업자 1년새 5000명 늘어
서울아파트값 24주 연속 상승세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요지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 경기는 여전히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으로 대형 건설사들마저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었고 건설업계에서 실업자도 급증하며 지난 201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방불케한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3.0포인트 하락한 69.2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건설사업자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지수(92.3)가 전월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92.3을 기록했지만, 중견기업지수(60.6)와 중소기업지수(54.9)는 각각 0.1포인트, 10.5포인트 하락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 상반기 실적도 대부분 부진했다. 원가율과 조달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공사비 분쟁 등 잡음도 계속됐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도 쌓이는 중이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6개월 연속 늘어나며 7만2000가구를 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건설업 종사자의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1년 전보다 5000명 가까이 늘었다. 건설업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한 건설업 종사자 수는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8년 7개월 만에 최장기 하락세다. 최근엔 건설업 취업 자수가 전월 대비 감소했는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밖에 없었다.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건설 근로자들의 소득이 2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은 올랐지만 경기부진으로 '일한 날'이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내놓은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평균 일당은 18만3000원, 연 소득은 3592만원으로 조사됐다. 직전인 2022년 조사와 비교해 일당은 2200원 올랐지만 연간 소득은 88만원 하락했다. 건설경기 부진 속에 연간 근무 일수가 217.2일로, 2년 전보다 6.5일 줄어든 것이 연 소득 감소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런 중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의 집값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간 이달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이 지난주보다 0.21% 오르며 2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축소했지만, 3월 넷째 주(0.01%)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2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사의 수주 환경은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건설 지표를 살펴보면 주택 인허가, 건축 허가면적 등 선행지표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주택 수주, 착공·분양 실적은 조금씩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기저효과가 큰 구간이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살아난 점을 감안하면 추세적인 개선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대형 건설사들은 높아진 공사비를 전가할 수 있는 수요 여건이 집중된 수도권과 미분양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정비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수도권 수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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