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퇴임 대통령의 사저
대한민국 헌법 85조는 “전직 대통령의 신분과 예우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6조는 전직 대통령 또는 유족에게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 등 예우를 할 수 있도록 했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4조는 퇴임 후 최장 15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도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대상으로 정한다. 이런 법률에 근거해 퇴임한 대통령을 위한 경호시설에 국고가 지원되는데, 정부는 통상 대통령 임기 3년차에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
전직 대통령 사저는 곧잘 반대 정파의 공격 소재가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회의원이던 200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주변에 1000억원이 들어갔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근 웰빙숲 조성 등은 사저 공사와 무관했고, 사저 땅값·공사비 등으로 쓰인 12억여원은 노 전 대통령이 개인 돈에 대출받은 돈을 보태 마련했다.
대통령이 퇴임 뒤 쓸 사저가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이었다.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대통령경호처가 내곡동 사저·경호동 부지 9필지를 54억원에 공동 매입했는데, 경호처가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9억7000여만원을 국고에 떠넘긴 사실이 이광범 특검팀 수사로 드러났다. 이 건으로 김인종 전 대통령경호처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 뒤 거주할 사저 경호시설 신축 사업비로 약 140억원을 책정했다. 전임 대통령들 사저 경호시설 신축비의 2배가 넘는다. 대통령실은 “주로 지방에 사저를 둔 역대 대통령과 달리 부지가 서울이나 경기에 위치할 가능성을 고려해 수도권 부지 단가를 잠정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지 면적은 과거 사례 대비 절반 수준이며, 건축 비용은 전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부는 잇단 감세로 세수가 줄자 내년도 초긴축 예산을 편성했다. 퇴임 후에 윤 대통령 부부가 어디 살지 부지 위치도 미정인데, 사저의 경호시설 신축 사업비는 전임들에 견줘 대폭 늘려놨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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