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정상들 대거 모은 시진핑, 美·서방 견제에도 '우군확보' 과시
阿 국가들 '일대일로' 부채 탕감 요구하지만 中 난색…포섭 노력 걸림돌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0여개국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 내 최대 '외교 잔치'를 벌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외교·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옥죄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통째로' 끌어들이다시피 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확대해 온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속내도 보인다.
시 주석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FOCAC)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70년 가까운 노력을 거쳐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는 유엔 가입 기준으로 총 54개 국가가 있다. 중국은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들 수교국 중 40여개국에서 대통령, 총리 등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그는 모든 아프리카 수교국과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 수준으로 높이고 향후 3년 동안 3천600억 위안(약 67조6천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아프리카에 10억 위안(약 1천900억원) 규모 무상 군사 원조를 하고, 군인 6천명과 경찰·법 집행 인력 1천명 등 훈련을 돕기로 했다.
올해 FOCAC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규모가 크고 외국 정상이 가장 많이 참석한 중국 내 외교행사라고 홍콩 성도일보는 전했다.
중국은 올해까지 34년 연속으로 외교부장(장관)의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택하는 전통을 이어왔으며, 아프리카는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참여자다.
중국이 이처럼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미·중의 전략 경쟁 및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중국 견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FOCAC는 서방과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시 주석의 아프리카에 대한 구애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을 놓고 심화한 미국과 지정학적 경쟁의 일부"라고 짚었다.
외교 전문 웹사이트 '중국-글로벌사우스 프로젝트' 에릭 올랜더 편집장은 NYT에 "중국이 아프리카와 관계를 점점 더 끊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남긴 공간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FOCAC가 설립된 이래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3년마다 정상회담을 이어왔지만, 미국의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회담은 8년 만에 개최된 2022년이 가장 최근이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서방을 중심으로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은 한층 커졌다.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서방처럼 부정부패나 인권 등 민주주의 기조를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선호한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등 서방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를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노력은 일부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극단적 형태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비판했다.
수십 년에 걸친 중국의 외교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열매를 맺어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무역 상대로 부상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 수출의 5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아프리카의 대(對)중국 수출은 2001년 이후 미국 달러 기준으로 4배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의 아프리카 포섭 노력에 걸림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중국에 막대한 빚을 진 아프리카 국가들이 채무를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잠비아와 에티오피아, 가나 등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뒤 중국에 부채 탕감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부채 탕감보다는 재융자라는 선택지를 선호하고 있고, 중국 역시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부채 문제는 거론도 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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