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미·중 간 AI 기술패권경쟁과 국회의 역할
(서울=뉴스1) =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결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생성형 AI의 등장이라는 두 번째 충격은 여태까지 인류가 경험한 바 없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공존하게 하고 있다. 인간보다 더 정확한 답을 내놓고, 더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철학적인 고민까지 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AI 기술의 진화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화두로서 외교, 경제, 안보, 과학기술, 글로벌 거버넌스의 핵심 어젠다로 대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의 패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세 번째 충격파가 되고 있다. 미·중 간 AI 경쟁의 핵심에는 상대방이 인공지능을 개발해 '터미네이터' 같은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안보적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 타협할 수 없는 절대 경쟁의 와중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는 것 또한 절실한 과제다.
미·중 간의 AI 경쟁의 양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AI의 가장 원초적인 힘이 되는 데이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구글, OPEN AI, MS 등 빅테크를 주도하는 기업이 있고, 구글의 글로벌 점유율은 여전히 90%대로 압도적인 데이터 확보의 기반이 있다. 중국은 많은 인구와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스마트폰 보급률이 확대되고 있고,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펠로우 매트 쉬한(Matt Sheehan)이 분석한 양국의 데이터 경쟁력 자료에 따르면 양은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미국은 질과 다양성에서 우세를, 깊이와 접근성은 중국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이 데이터 경쟁력에서 팽팽한 접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상무부의 AI 반도체 수출통제를 통해 하드웨어 측면의 우위를 지키고자 한다.
반면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상당한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발표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인공지능 출판물 상위 10개 대학 중 1~9위가 모두 중국 대학들이다. 미국 대학은 10위의 MIT가 유일했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의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조만간 인류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하에 2030년까지 중국이 인공지능의 이론과 기술, 응용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이렇게 국가주도의 중장기 실현 목표를 제시하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인공지능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이유로 솔직하게도 '국가안보'를 꼽고 있다.
미국은 기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과거 소련과 냉전 시에도 최첨단 기술 발전을 통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했다. 이런 전면적인 안보경쟁에는 미국 의회의 초당파적 지지가 뒷받침됐었다. AI를 둘러싼 혁신경쟁에도 미국은 초당파적 협력을 통해 안보에서의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하원 의회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르 위원장과 함께 의원단이 방한해 국회를 찾았다. 필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면담에 참여해 AI를 비롯한 한미 양국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위원회는 2023년 1월 구성되어 중국의 경제, 기술, 안보 발전 상태, 그리고 미국과의 경쟁과 관련한 조사를 수행하고 정책 권고를 제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하원을 통과해서 화제가 된 '틱톡 금지법'도 이 위원회에서 소속 의원 20여 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법안이라 인상 깊었다. 이 법안은 AI 시대 핵심자산으로 꼽히는 개인정보 수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10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지정학적 도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10년을 '결정적 10년'으로 간주하면서 중국과 경쟁하여 승리하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AI 경쟁 속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추진하는 AI 정책 역시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AI 서울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이 회의에서 'AI 서울 선언'을 채택해 안전, 혁신, 포용성이라는 글로벌 AI 거버넌스의 세 가지 원칙을 도출해 내었다. 또한, 다음 주 서울에서 2024 REAIM(Responsible AI in the Military domain,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 고위급회의를 개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글로벌 인공지능 거버넌스 논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I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AI 기술 혁신과 규제 개혁을 통해 디지털 경제 시대에 주도권을 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필자가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를 지냈던 2019년 당시, 이갈 우나(Yigal Unna) 이스라엘 국가사이버국(Israel National Cyber Directorate, INCD) 국장과의 면담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나 국장은 이스라엘 정부가 자국 내 사이버 보안 업계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민관의 협력을 통해 정부와 기업 간 신뢰를 형성하고 국가경쟁력까지 확보한 사례에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22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을 비롯한 AI와 관련된 법안들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고, 결국 국회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가의 주권과 문화적 정체성 보호를 위한 필수 요소인 'AI 주권'(Sovereign AI) 확보를 위한 노력이 여야 정쟁에 가로막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리의 AI 주권 확보, AI 핵심인재 육성, 규제 완화, 연구개발 지원, 투자확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건 국민의힘 국회의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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