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기약 없는 출입정지·‘뉴스토마토’ 퇴출…용산 언론 통제 논란
대통령실이 미디어 비평매체 미디어오늘에 출입기자 규정 위반을 이유로 ‘출입제한 3개월’ 징계를 통보한 뒤, 징계 기간이 끝났는데도 출입증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디어오늘 쪽은 “취재할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당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언론사 징계 관련 규정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데다 ‘대통령 관저 의혹 보도’를 한 뒤 출입 기자단에서 퇴출당한 다른 매체 사례도 있어 ‘비판 언론 찍어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대통령실과 미디어오늘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디어오늘은 현재 대통령실 출입 권한이 없는 상태다. 앞서 이 매체는 지난 4월16일 “윤은 왜 ‘민심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를 ‘받아들여야 한다’로 고쳤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22대 총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기자단에 사전 배포된 ‘말씀 자료 가안’과 일부 다른 점을 들어 그 차이를 해설하는 내용의 기사다.
대통령실은 다음날 미디어오늘에 공문을 보내 “‘말씀 자료 가안’을 사전 제공할 경우 실제 발언하지 않은 내용의 기사화를 금하고 있다”며 규정 위반을 통보했다. 이어 “(미디어오늘의) 행위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에 관한 규정’(출입기자 규정) 20조2항5호에서 규정한 ‘기타 별도로 공지된 출입 기자 준수 사항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출입을 3개월간 정지한다”고 전했다. 이후 해당 징계의 효력은 지난 7월24일로 끝났는데도 출입 자격이 복구되지 않고 있다는 게 미디어오늘의 주장이다. 미디어오늘은 대통령실에 사유를 묻는 공문을 보냈지만 공식적인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대외협력관실 관계자는 한겨레에 “출입기자 규정을 보면 대통령실 출입 언론사는 기자협회·신문협회·방송협회 등 단체 소속을 입증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이번에 징계 해제 후 재등록을 하려고 보니 미디어오늘은 서류가 없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을 공문으로 답변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말에는 “단순한 이야기라 구두로 알려줬다”고 했다. 징계 근거가 된 ‘출입기자 규정’에 대해서는 “(청와대 때부터) 공개한 전례가 없고, 기자 간사단이 원할 경우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출입 언론사는 크게 대통령 순방 일정 등 근접 취재가 가능한 ‘풀 기자단’, 보도자료와 기자실 출입 등이 허용되는 ‘비풀 기자단’으로 나뉜다. 풀 기자단은 기자단 자체 규정을 운용하며 출입 기자 징계도 대통령실과 논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비풀 기자단에는 자체 규정이 없다. 대통령실 비풀 기자단에 속한 한 온라인매체 기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저희는 대통령실 규정을 따른다. 징계도 간사단과 상의는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직접 통보한다.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비풀 기자단 소속이었던 뉴스토마토는 지난 1월 대통령실로부터 ‘출입 등록 말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2월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했다. 고발당한 기자는 새로운 대통령실 출입 기자로 교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보도 이후 교체가 무기한 연장되더니 결국 출입 기자단에서 퇴출됐다. 미디어오늘 역시 2022년 6월부터 출입기자 교체를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 징계를 받고 사실상 출입 불가 상태가 됐다.
현 정권이 출입 언론사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화방송(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사건도 있다.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취재 카메라에 잡혔고, 이것이 문화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비화했다. 이를 대통령실은 ‘국익을 해치는 보도’라고 규정하며 11월 아시아 해외순방을 앞두고는 문화방송 취재진에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했다. 이에 문화방송은 헌법소원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이 언론사의 취재 권한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언론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철운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징계를 풀어주지 않는 것은) 2년 넘게 출입 기자를 교체해주지 않던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결국 ‘우리가 질문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저널리즘 전공) 역시 “평소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들에 대해 보복적 대응을 한 것이고,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기자단 징계로 이어진 대통령실의 출입기자 운영 규정이 비공개인 점도 논란거리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언론에 대해 제재 효과를 낸다면 규범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합당한 규제인지, 과잉 규제인지를 사후적이든 사전적이든 판단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마음대로 집행한다면 예측 가능성이 하나도 없는 것이고 권력 입맛에 따라 매체 별로 차별도 가능해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국정동력 잃고 노무현 괴롭혔던 MB 정권…지금도 마찬가지”
- “후지산 폭발 3시간, 도쿄 마비”…일 ‘예보시스템’ 도입키로
- 안중근, 홍범도도 없다...항일운동 대폭 뺀 군 정신교육 교재
- 윤 퇴임 뒤 양평?…대통령실 140억 ‘사저 경호동’에 예민한 까닭
- 의사 출신 인요한, 전 직장에 ‘환자 부탁’…“수술 중” 문자에 “감사”
- 심정지 19살, 100m 옆 대학병원 못 가 중태…“의료 여력 없어”
- [단독] ‘부산 돌려차기’ 생존자 손배 승소…법원 “가해자 1억 지급하라”
- 아파트 전단지 뗐다고 중학생 송치한 경찰, 사과도 구설
- ‘김건희, 김영선 지역구 옮기라’ 보도...민주, 특검에 공천 개입 포함
-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김혜경 검찰 소환…취재진 질문에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