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보급형 전격 투입…전기차 캐즘 정면돌파

中·유럽특화 전기차 개발
전기차 풀라인업 강화하고
중국 EV시장 공략 잰걸음
2030년까지 21종으로 확대
美시장선 8월판매 사상최대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전동화 확산의 중추 지역인 유럽을 정조준한 '맞춤형 전기차'를 내놓기로 한 건 전기차의 양적 성장을 이루고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아이오닉 시리즈, 고성능 전기차 등 고가 전기차를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전동화 기술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듯 세계 1등을 차지하기 위해선 이른바 저렴하고 좋은 가성비 모델이 여럿 필요하다. 현대차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 침투율을 높일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중장기적으로 1등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전기차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중국에만 판매하는 전기차를 일부 선보였다. 미스트라 EV(중형 세단)와 라페스타 EV(준중형 세단)를 출시했고, 기아도 화치 300E(준중형 세단)와 KX3 EV(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는 현지화 모델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새로운 중국 특화 전기차(준중형)를 2026년 출시해 가성비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중국 기업들의 전기차 공세가 거세지만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면서 이 시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26년 서유럽 시장에 특화한 소형 전기차도 처음 내놓을 계획이다. 서유럽 시장에선 크기가 중형 이상인 아이오닉보다 크기가 작은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유럽형 현대차인 i 시리즈를 현지에서 성공시켜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전략을 늦추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강화해 전기차 위기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신차 시장에서 수요층이 가장 두꺼운 준중형 SUV 시장을 겨냥해 2021년 2월 아이오닉5를 첫 전용 전기차 모델로 선보인 이후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소형 전기 SUV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고, 오는 11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9이 정식 출시된다면 현대차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보급형부터 럭셔리 모델까지 전체 차급에 걸쳐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현재 현대차는 제네시스 3종과 상용차 2종을 포함해 총 9종의 전기차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1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테슬라는 중형·준대형급에 해당하는 세단·SUV 4종과 픽업트럭 1종 등 총 5종을 전기차 라인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친환경차 인기 등에 힘입어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역대 8월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렸다. 올해 8월 현대차·기아는 미국 판매량이 16만1881대를 기록하며 작년 8월보다 12.7% 증가했다.

[박소라 기자 / 문광민 기자 / 박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