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힘 보태주길" 최태원 만난 한동훈·이재명 "AI·반도체 지원 약속"
여야 지도부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을 만나 반도체,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산업 지원은 물론 에너지 전환기에 필요한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최 회장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이날 최 회장과 가장 먼저 만난 한동훈 대표는 "정치가 소상공인들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성공하는 것을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반도체 같이 나라 명운을 좌우하는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초당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한 대표는 최 회장과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규제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많은 대화를 해 나가겠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업을 잘 해나가도록 하는 각종 법률적 지원을 여야가 함께 추진해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회장은 "AI 관련 국가 차원의 전략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며 "이에 대한 기본법 통과가 시급하다. 이 문제는 대기업 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인프라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또 "AI 기본법이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서 국민의힘에서 당론으로 추진중이고 여야 사이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열심히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제가 최근에 뭐니뭐니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먹고사는 문제, 민생문제의 핵심은 역시 경제고 경제 문제의 핵심은 기업활동 활성화라 생각한다"며 "며칠 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서도 이야기했다.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들을 연구하자는 말씀을 나눴는데 저희가 최대한 신속하게 그 길을 열어가 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와 최 회장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 대표가 당대표 후보 시절 필요성을 강조한 국가 사업이기도 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금 에너지 문제 해결이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나 국회가 관련 입법을 해줬으면 좋겠고 기업에서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정치권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어 "에너지 문제가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에너지가 중요하며 전력망 확충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두 분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했다.
이 대표와 최회장은 또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대규모 산업단지)와 관련해 재생에너지만 갖고 필요 전력을 모두 충당할 수 있는지,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에 대한 다양한 평가들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국 대표는 최 회장과 만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은 민생과 복지 중심의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매우 중요한 시대다. 책입없는 기업 활동은 시장 신뢰를 잃는다.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기업에 대한 '3+3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기업가 정신을 고취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한다' 등이다. 기업에 세 가지 역할도 당부했다. △사회적 규범 준수 △인권 존중 △미래 준비 등이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최 회장으로부터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 분야 관련 국가의 직접 보조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협력 요청이 있었다"며 "이같은 제도가 있다면 우리나라 기업들, 삼성, SK 뿐 아니라 외국의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최 회장은 주5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현재의 출퇴근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허 대표는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이를테면 일주일에 3일은 출근을 하고 2일은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며 "5일 간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필요성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에서) 허 대표 말을 들은 최 회장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에 한 번씩만 출근하는 미국 회사들도 많다. 5일간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대한상의에 스타트업 지원 강화, 육아휴직 활성화,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 경제활동을 위한 대책 등을 주로 주문했고 최 회장은 1인 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세제 지원, 해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정치권이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의 측은 이날 "정기국회 맞아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여야 모두 반도체, AI, 전력망 확충 등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 만큼 경제계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며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국회가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이슈는 의견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익 중심으로 풀어야 하고, 첨단산업은 팀플레이가 가장 크게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앞으로도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고,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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