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최상위 포식자 상어, 다른 상어에겐 잡아 먹힐 수도

연구팀이 부착한 위성 경로 추적 장치를 달고 이동하는 악성어의 모습. 미국 오리건주립대 James Sulikowski 제공.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뿐, 잡아먹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진 최상위 포식자 상어가 자기들끼리는 서로 사냥을 하고 잡아먹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룩 N. 앤더슨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생명과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백상아리가 악상어를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을 파악했다고 국제학술지 ‘마린 사이언스 프론티어’에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앤더슨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악상어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힌 사건”이라고 이번 연구를 소개했다.  

악상어는 대서양, 남태평양, 지중해에 서식하는 상어로 몸길이는 최대 3.7m, 몸무게는 최대 230kg에 달하는 크고 튼튼한 몸을 가졌다. 활동적인 편이며 30~65년까지 산다. 암컷은 13세가 될 때까지 임신하지 않고 번식이 가능한 연령에 이르면 1~2년에 평균 4마리 새끼를 낳는다. 

악상어의 임신기간은 8~9개월로 번식 주기가 길기 때문에 레저어획, 남획, 서식지 황폐화 등이 발생하면 빠르게 멸종할 수 있는 동물이다. 실제로 북대서양 악성어는 멸종 위기종으로 등재됐고 북동대서양과 지중해 악상어도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다.

연구팀은 앞서 상어 이동에 대한 연구를 위해 2020~202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앞바다에서 악상어 지느러미에 위성 경로 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작업을 했다. 악상어의 지느러미가 표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현재의 위치가 위성으로 전송된다. 수심과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도 부착했다. 이 장치는 향후 악상어의 지느러미에서 떨어져나가 바다 표면으로 떠올랐을 때 데이터를 전송하게 된다.  

연구팀은 추적 장치를 붙인 악상어 중 임신한 악상어가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어미와 새끼의 주요 서식지를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수심 및 온도 관련 정보가 전송되기 시작했다. 장치 부착 후 158일이 지난 시점 임신한 악상어의 수심 및 온도 데이터가 버뮤다 앞바다에서 전송되기 시작했다. 

전송된 데이터에 따르면 이 암컷 악상어는 5개월간 6.4~23.5℃에 달하는 바다에서 밤에는 100~200m, 낮에는 600~800m 깊이로 순항했다. 이 기간 동안 위치 전송은 한번만 이뤄져 대부분 수중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간의 데이터는 수심 150~600m, 22℃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때 악상어가 더 큰 포식자에게 사냥 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4일이 지난 뒤 장치가 포식자로부터 배설되면서 데이터가 전송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악상어를 잡아먹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백상아리를 꼽았다. 

연구팀은 “임신한 악상어가 피식자가 된 건 예상치 못한 발견”이라며 “대형 상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생각되지만 추적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먹이사슬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는 동물 간 상호작용이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참고 자료> 
doi.org/10.3389/fmars.2024.1406973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