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또 패배한 정부 … 물어줄 이자만 220억 늘어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9. 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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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세금 반환소송서 론스타 손 들어줘
1600억 반환금에 대한 이자
법적다툼 길어질수록 눈덩이
올해 4월 이후로도 70억 급증
정부, 대법까지 다툼 끌고가면
매년 이자 180억씩 불어나
법조계 "대법서도 승산 희박"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600억원대 세금 반환 청구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정부가 또다시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지만 지연이자는 실시간으로 불어나 국민 혈세가 불필요하게 증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고법 민사14-1부(부장판사 남양우·홍성욱·채동수)는 허드코파트너스포코리아리미티드, 론스타펀드포(유에스)엘피 등 론스타 펀드 관련 법인 9곳이 한국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기일에서 론스타와 정부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정부가 론스타에 세금 약 1600억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수긍한 것으로 사실상 2심 법원도 론스타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2심 판단이 나온 것은 지난해 6월 있었던 1심 선고 이후 약 1년3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법정에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론스타는 2003년부터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매각하면서 약 4조600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론스타 측은 당시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을 근거로 외환은행 주식 매각 관련 매각대금의 11%만을 원천징수 형태로 납부했다. 해당 조약에 따라 별도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국내 기업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낸 것이다. 세무조사에 착수한 과세당국은 론스타가 벨기에의 도관회사(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국내에 고정 사업장을 두고 있다며 소득세와 법인세 등 8000억원대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론스타가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7년 "미국 내 본사에서 투자가 이뤄진 건으로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약 1760억원으로 책정된 법인세 부과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정부는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론스타 측에 약 228억원을 돌려주는 데 그쳤다. 이후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가 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고, 이에 대한 2심 판결이 이날 나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2심 법원의 론스타 승소 판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론스타가 법인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2017년 이미 론스타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론스타 측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은 사실상 '형식만 다른 똑같은 소송'으로 볼 수 있어 다시 대법원까지 가도 원심 판단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2심 법원이 론스타 승소 판결을 내린 만큼 정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 위해 앞으로 2주 안에 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2심 선고에 불복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연이자는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만약 상고심으로 넘어가면 선고까지 짧아야 5~6개월이 걸리고, 길어지면 수년간 재판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론스타 측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이날 기준 약 6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심 이후 222억원이 늘었고 지난 4월 기준이었던 566억원에서 5개월 사이 약 74억원이 늘어났다. 정부가 계속 책임을 회피할수록 이자로만 매년 약 184억원이 추가된다. 이는 결국 국민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8년 1월부터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1심 결과가 나온 지난해 6월까지는 연 5%,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완전 반환 시까지는 연 12% 이자율이 적용된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올해 4월 대비 이자만 80억원 가까이 더 늘어난 것으로, 이 역시 국민 세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2심 판결을 분석해 '이만하면 됐다'고 판단한 뒤 지금이라도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최선인데, 대법원으로 가면 다시 최종 판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국가에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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