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마음의 문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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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바로 설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감을 구축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영업은 아니지만 국민의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쌓기 위해 오늘도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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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바로 설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문을 연 이후에도 단계마다 수많은 거절을 겪을 수 있다. 설득을 잘하기 위해서는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영업도 일종의 설득의 행위로 볼 수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감을 구축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얼마나 힘들면 영업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왕' '신' '달인'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닐까 싶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업은 아니지만 국민의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쌓기 위해 오늘도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계청의 통계조사원들이다. 이들이 듣기 두려워하는 반응이 몇 가지 있다. 침묵, 바쁘다, 다음 등이다. 초인종을 누르면 인기척이 있는 것 같은데 응답이 없다. 어렵게 연결이 되면 "바쁘니까 다음에 오세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조사원들은 경험상 '다음'에도 같은 대답이 반복될 것을 알고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도 아닌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 사요"라는 응답을 들으면 힘이 저절로 빠진다.
조사원들은 침묵과 무응답 대신 "왜 조사를 하는지" "왜 내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는가"라고 묻는 조사 대상자를 만나면 오히려 반갑고 고맙다고 말한다. 최소한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통계조사의 중요성과 향후 결과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설명을 하면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다. 개인정보 보호 의식의 강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통계조사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통계조사원이 사명감을 갖고 다시 힘차게 조사 현장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바로 이런 국민들의 이해와 응답이다.
통계청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통계가 작성되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지방사무소를 들러 현장에 있는 통계조사원과 간담회를 가질 때마다 항상 나오는 건의 사항 중 하나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이에 부응해 그동안 모바일 조사 기법 도입과 소정의 답례품 제공, 홍보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일요일인 9월 1일은 우리나라 근대 통계의 출발로 평가되는 '호구조사규칙'이 만들어진 1896년 9월을 기념하기 위해 1995년 지정된 제30회 '통계의 날'이었다.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유도하고 통계조사에 대한 국민의 협조를 증진시키며, 통계 업무 종사자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이기 위해 통계법에 의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국가통계와 데이터의 생산 과정에서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 통계조사원들과 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조사에 응하고 있는 국민들이 함께 축하하고 감사 인사를 교환하는 날이기도 하다. 통계의 날을 기념하며 '안녕하세요'란 인사와 '어서오세요'란 환대가 만나 신뢰할 수 있는 국가통계가 계속 생산되기를 기대한다.
[이형일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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